프랑스 내년 5월 대선 앞두고 벌써 '들썩'

  • 입력 2001년 9월 5일 19시 04분


내년 5월 실시될 프랑스 대통령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파리 정가가 들먹이고 있다. 휴가 시즌이 끝나고 ‘프랑스식 새해’라고 일컬어지는 9월로 접어들자 일부 후보들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하고 있다.

내년 대선은 우파인 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인 사회당(PS)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된 상태. 여기에 우파인 프랑스 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루 당수와 좌파인 시민운동(MDC) 당수 장 피에르 슈벤망 전 내무장관이 ‘제3의 인물론’을 내세우며 합류해 이변을 기대하고 있다.

▽시라크 대 조스팽〓프랑스 주간지 파리 마치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두 사람이 내년 대선 2차 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시라크 대통령이 조스팽 총리를 51% 대 49%의 근소한 차로 누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은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시라크 대통령은 하원의원 6선에 4번의 장관직, 파리 시장, 2번의 총리, 대통령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하지만 파리 시장 재직 시 정치자금을 받았고 또 정치 자금으로 가족 여행을 즐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등 오랜 공직 생활에 따른 부패 이미지가 약점이다.

파리 11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의 조스팽 총리는 97년 6월부터 내각을 이끌면서 침체에 빠진 프랑스 경제를 회생시킨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러나 인간적인 매력이 시라크 대통령에 비해 떨어지고 젊은 시절 트로츠키파로 활동한 사실을 속이는 등 솔직하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따라붙고 있다.

두 사람의 이런 약점 때문에 프랑스 국민 사이에는 “사기꾼(시라크)과 거짓말쟁이(조스팽) 중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느냐”는 냉소도 나온다.

최근 들어 프랑스 경제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조스팽 총리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시라크 대통령의 지지도는 올라가는 추세. 이 때문에 경제상황이 내년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3의 인물〓슈벤망 전 내무장관은 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시장을 맡고 있는 동부 벨포르시에서 “시라크와 조스팽 두 사람에게 프랑스의 미래를 맡길 순 없다”며 9일 파리 뱅센성 광장에서 첫 대선 유세를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잡지 마리안이 3일 발표한 조사에서 슈벤망 전 내무장관은 7%의 지지율을 얻었다.

바이루 UDF 당수도 2일 남부 라마튀엘에서 가진 ‘UDF 여름학교’에서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 제3의 인물이 필요하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지지율은 슈벤망 전 내무장관과 비슷하다.

이 외에도 사회당과 좌파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의 알랭 리피, 극좌당(PRG)의 장 미셸 바예, 극우정당인 국민운동(MNR)의 브뤼노 메그레 당수,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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