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제사회 목소리 커진다…이-팔 중재 나서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43분


‘어부(漁夫·피셔)가 과연 대어(大魚·중동평화회담)를 낚을까?’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그동안 난관에 부닥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독일의 중재 외교’가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다.

중동을 방문중인 피셔 장관은 21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두차례 회담을 갖고 ‘피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과의 3자 회담을 제의해 동의를 얻어냈다.

이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에게서도 회담수용 의사를 확인해 지난 5개월 동안 중단됐던 양국평화회담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한 폭력사태가 중단된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하고 봉쇄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이스라엘측 새 휴전안을 아라파트 수반에게 전달해줄 것을 피셔 장관에게 요청했다.

피셔 장관이 그동안 회담 개최에 극력 반대해왔던 샤론 총리를 단 한차례 만나 마음을 돌려놓은 데 대해 ZDF방송 등 독일언론은 “미국이 실패한 양국간의 평화회담 개최를 성사시킨 것은 독일 외교의 또 하나의 성과”라고 보도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피셔 장관이 ‘집무실을 회담장으로 개방하겠다’고 해가면서 아라파트 수반과 페레스 장관을 끌어들인 것은 중동사태의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해석했다.

99년 코소보 사태 당시 블라디미르 밀로셰비치 전 유고대통령을 설득해 발칸평화회담을 성사시킨 피셔 장관이 이번 회담 주선에 성공할 경우 ‘중동의 새로운 중재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셔 장관이 유럽연합(EU) 외무장관의 역할을 해내는 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U 재정의 30% 이상을 지원하는 독일은 최근 EU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올해 외교목표를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강화’로 설정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피셔 장관은 중동분쟁을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평화회담 개최와 함께 미국이 주도한 미첼보고서의 즉각적인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피셔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 회담제의가 수용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지역으로 향하고 있는 독일의 발걸음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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