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세무조사 가혹한 구속조치 놀라워" WP紙사설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25분


수십년간 군사독재에 맞서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해외에서 인권옹호자로 평판이 높지만 한국에서는 신문사 세무조사와 언론사주의 구속 등을 통해 외국인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가 21일 사설에서 지적했다. 다음은 ‘국내외의 평판이 다른 영웅(Not Such a Hero at Home)’이라는 제목의 사설 내용.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용맹스러운 인권 옹호자로 해외에서 평판이 높다. 그는 때때로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수십년 동안 군사 독재에 맞섰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북한과 교섭을 시작함으로써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 김 대통령은 그를 칭송하는 외국인들을 놀라게 만들 만큼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두 신문사 사주를 구속한 것이 바로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두 사주의 구속은 오랫동안 한국의 언론 자유를 유지하겠다고 한 김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장 최근에 일어난 가장 가혹한 조치이다. 그는 고민거리였던 언론 세무조사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언론이 탈세를 하고 조세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지난주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은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의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을 개선하고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고 했다. 말하자면 이번 사태는 신문들이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판하거나 야당을 지지한 것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대통령의 인기 하락과도 관련이 없다는 뜻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일부 노동조합과 몇몇 사회단체들을 언론과의 전쟁에 동원했으나 이들의 참여는 초라한 모습을 면하지 못했다. 우리는 일부 발행인의 조세법 위반 여부를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세무조사가 비판적인 언론을 위협하려는 명백한 의도에서 취해진 측면이 있다는 국제언론협회(IPI)의 견해에 동의한다.

조지타운대의 아시아 전문가 데이비드 스타인버그는 지난달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서 ‘일부 신문사에 부과된 벌금은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차기 대선까지 겨우 16개월을 남겨 놓고 있다. 그는 선거법에 따라 재출마할 수 없다. 김 대통령의 오랜 정치경력의 마지막 행위가 그가 그토록 반대하며 투쟁해 왔던 과거의 권력자가 구사한 전략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리〓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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