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시험 성공에 美-러 갈등 깊어져

  • 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27분


미국이 14일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의 일환으로 실시한 미사일 요격 실험이 성공한 뒤이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부터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실시한 이번 실험이 성공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15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만족을 표명했다. 미국은 이번 실험의 성공을 계기로 미사일 방어체제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추진은 72년 미국과 구 소련이 체결한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협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 요격 실험은 핵무기 철폐와 비확산, ABM 협정 등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난하고 “러시아는 ABM 협정을 준수,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G8) 회담 기간 중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고 미사일 방어체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나 이 같은 시각차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ABM 협정은 냉전시대의 유물로 현재의 국제안보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고 미사일 방어체제 추진에 대한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공동 대응키로 해 미사일 방어체제를 둘러싼 외교적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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