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D 어디로 가나]'과잉 방어' 군비경쟁 우려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0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 천명한 미사일방어(MD)체제와 관련한 가장 큰 맹점은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우방국들은 옛 소련과 미국의 핵무기 확산을 막아온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폐기하는 경우 앞으로 군비통제 협정은 어떻게 되는 건지, 러시아 등과 비공식적인 합의를 통해 군비통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구체적인 발표는 없었다.

또 MD의 취지와 명분, 실현 가능성 등에 있어서도 전문가들은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부시 대통령은 “탈냉전 시대의 위협은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로부터 제기된다”며 MD 추진의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공화당 등 미국 내 보수층을 제외하면 이에 공감하는 견해는 별로 많지 않다.

미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이 같은 구상에 반발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더욱 크다. 무엇보다 MD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이 미국을 핵이나 미사일로 공격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엄청난 보복을 당할텐데 이들 국가가 국가차원에서 ‘집단자살’을 하려는 나라가 아니라면 군사적으로 미국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MD는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실현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개념이다. 오랜 기간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같은 체제가 작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미국은 우방들을 상대로 “나를 믿고 따르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선뜻 미국에 동조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방어’를 앞세워 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서면 러시아 중국 등의 군비경쟁이 더 촉발될 것으로 우려하는 나라도 많다. 유일강대국인 미국의 패권 추구를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부시 대통령은 이 같은 국내외의 비판 여론을 무마,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 부시 대통령과 미국의 리더십은 MD 추진 문제로 국제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와 함께 국제안보환경은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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