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NTV 두 간판 앵커우먼의 상반된 '마이웨이'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48분


소로키나(왼쪽)와 미트코바
소로키나(왼쪽)와 미트코바
러시아 정부가 국영기업을 동원해 경영권을 빼앗는 등 탄압을 가하고 있는 ‘NTV 사태’가 이 방송국의 두 간판 앵커우먼의 운명을 갈랐다. 메인뉴스 진행자였던 타티아나 미트코바(43)와 뉴스쇼 ‘오늘의 인물’과 ‘국민의 소리’을 진행했던 스베틀라나 소로키나(44).

초유의 언론탄압 사태를 맞아 1200여명의 직원 중 350여명이 방송국을 떠난 가운데 미트코바씨는 새 보도국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사태로 오히려 ‘호기’를 맞았다. 그러나 소로키나씨는 정부의 조치에 항의해 동료들과 함께 방송국을 떠나는 ‘고난의 길’을 택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세무사찰과 압수수색 등 NTV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항의 방문하는 등 행동을 같이했다. 그러나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이 NTV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이들의 발걸음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소로키나씨가 앞장 선 항의 시위 대열에서 미트코바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NTV를 대표하던 많은 간판 스타들이 이번 사태로 대부분 떠나면서 미트코바씨는 자연스럽게 유일한 보도국장 후보에 올랐다. 그는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사태를 수습해 NTV를 살리기 위해 남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반면 거리로 나선 소로키나씨는 이번 사태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거리에서 행인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등 오히려 현업에 있을 때보다 인기가 더 올라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은 90년대 중반 각기 국영 RTR(소로키나씨)와 민영 NTV(미트코바씨)의 메인뉴스 진행자로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으며 소로키나씨가 NTV로 옮겨온 후에도 신경전을 벌여왔다. 앞으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두고볼 일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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