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출신답게 직설적인 말투와 돌출 행동으로 화제를 모아온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상하원 청문회에서 평소의 소신을 너무 솔직히 밝히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파월 장관의 발언이 물의를 일으킨 것은 7일 하원 청문회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분쟁의 근원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지칭하면서부터.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아랍 국가들은 다분히 이스라엘 편들기로 보이는 파월 장관의 발언을 격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 자신들의 '성지'(聖地)라고 부르는 곳. 특히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 관할권을 확보해 독립을 선포한다는 계획이라 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미국내 아랍계 단체인 아랍-미국친선협회 관계자들은 12일 파월 장관에게 발언의 진의를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에 파월 장관은 역시 그답게 잘못을 솔직히 시인했다.
파월 장관은 이틀 뒤 열린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대만을 두 번이나 중화민국 (the Republic of China)이라고 불러 중국의 항의를 받았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에 속한다며 대만의 독립 움직임은 무력으로라도 저지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게다가 미국도 중국의 이같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파월 장관은 말은 분명 잘못된 것.
이에 중국 정부는 엄중히 항의했고 "미국은 대만과의 '비공식적 관계'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파월 장관의 잇따른 말실수가 갑작스런 신분의 변화로 아직 '말'을 중시하는 외교가의 환경에 익숙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