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멕시코 첫 해외방문…정상회담 시리즈 본격화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멕시코를 방문해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앞서 5일 장 크레티앵 캐나다총리와 워싱턴에서 실무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지만 이번 멕시코 방문은 첫 해외순방이어서 실질적으로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교육 세금감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 등 대통령선거공약의 이행을 다짐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워밍 업’을 해 온 부시 대통령이 활동의 무대를 본격적으로 넓히는 정상회담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이다.

▼NAFTA 향방 가늠자▼

부시 대통령이 멕시코의 폭스 대통령과 논의할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의 발전 및 강화 문제 등은 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외교 현안이다. 특히 멕시코는 NAFTA를 단순한 경제공동체의 범위를 넘어 유럽연합(EU)과 같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복합적 공동체로 발전시키길 원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그의 외교전략과 구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다음달 초까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콜롬비아 대통령,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등 전통적인 우방국 지도자들과 잇따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부시 대통령 정상회담 일정

날짜장소상대 정상과 국가
2001년 2월 5일워싱턴장 크레티앵 총리(캐나다)
16일멕시코비센테 폭스 대통령(멕시코)
23일워싱턴토니 블레어 총리(영국)
27일워싱턴안드레스 파스트라나 대통령(콜롬비아)
3월 3, 4일경워싱턴모리 요시로 총리(일본)
7일워싱턴김대중 대통령(한국)

▼미군 파병반대-철수 밝힐듯▼

이같은 정상외교 시리즈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은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교에 관해선 더 배워야 한다”며 발언을 자제해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은 14일 국제 분쟁지역의 평화유지 임무를 위한 미국의 해외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날 웨스트 버니지아주 찰스턴의 주 방위군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앞으로 동맹국과 협력을 통한 평화 달성을 지원하겠지만 분쟁 당사자들이나 분쟁 지역의 주민들을 갈라 놓기 위해 미군을 파견하는 일은 피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공약을 준수할 것이며 앞의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공약을 갑자기 취소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 보스니아와 코소보 주둔 미군을 서둘러 철수시키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엔 해외 파병에 대한 재검토를 다짐했으나 취임 후 이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우려가 제기되자 우방과 협의를 거쳐 보스니아 등의 미군을 철수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날 팔레스타인의 테러로 이스라엘인 8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폭력과 이에 대한 보복의 악순환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며 “모든 당사자들은 폭력을 종식하고 이 지역에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NMD 발언 지구촌 주목▼

외교에 대한 경험과 식견이 일천하다는 평을 듣는 부시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적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실을 거둘 것인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미국의 NMD 구축에 반대하는 러시아 중국 유럽국가들에 대한 설득 및 이라크 북한 등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등 그의 외교력을 시험할 굵직한 현안들이 그의 앞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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