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무회담 결산]발표문에 한국입장 반영 성과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25분


7일(미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회담은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장관이 대북 화해 협력정책의 성과와 북한 변화 등을 설명하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쭉 듣고 공감을 표시하거나 간혹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반적인 외무장관회담과 크게 달랐던 이날 회담방식은 ‘조지 W 부시 공화당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본격 검토되기 전에 한국 입장을 정확히, 그리고 충분히 알린다’는 우리측 의도에 따른 것. 파월장관은 당초 45분인 회담시간을 조찬을 겸해 1시간반으로 늘려 ‘열심히 듣는’ 성의를 보였다. 이장관은 대북정책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위해 6일 통상분야 협의를 위해 서울에서 날아온 김종훈(金宗壎) 지역통상국장을 막판 배석자 명단에서 빼기도 했다.

▽한미 대북공조 확인〓양국은 이날 한미 안보동맹의 중요성과 최근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긍정적 평가, 한국의 대북 화해 협력정책에 대한 지지와 한미간 긴밀한 공조체제 유지 필요성 등을 공동언론발표문에 담았다. 정부 당국자는 “발표문의 단어 하나하나가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고 대체로 한국측 의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미측이 “한국측 설명을 대북정책 검토과정에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도 큰 수확이라는 것.

▽남은 과제〓파월장관은 이날 몇 가지 사항을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의 각종 지원요청에 대한 한국측 대응방안. ‘철저한 상호주의’와 ‘확실한 검증’이라는 공화당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방식을 은근히 드러낸 셈이다. 북한 군사위협에도 양측은 시각차를 보였다. 이장관은 “50년 적대관계였던 남북의 국방장관이 함께 회담하고 남북을 잇는 경의선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신뢰구축과 이산가족상봉 등 교류협력을 병행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월장관은 북한 변화가 실질적, 근본적인지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또 우리측은 한미정상회담의 3월 개최를 명문화하자고 요구했지만 미측은 백악관과 협의해야 하고 국무부 실무진용 완비에도 시간이 걸려 시기를 못박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망〓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시정부가 우리의 대북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대한반도정책을 세울 가능성. 일단 정책이 세워지면 이를 되돌리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으로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일단 확인했지만 한미정상회담을 조기 개최해 확실한 공조체제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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