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 식생활 변화]생선초밥 애용…말고기 수요 급증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20분


광우병 파동이 유럽인들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쇠고기 소비량이 격감하고 그 대신 말고기 등 다른 육류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부는 광우병 검사와 감염 우려가 있는 소를 도살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울상이고 가장 큰 피해자인 축산농가에는 겨울바람보다 차가운 한파가 불어닥쳤다.

▽쇠고기 기피 현상〓프랑스 파리의 고급식당 아르페주는 올 초부터 채식 위주로 메뉴를 바꿨다. 다른 고급식당들도 쇠고기 대신 비교적 안전한 송아지고기 요리를 내놓고 있다. 버펄로 그릴 등 체인점에서는 티본스테이크가 메뉴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맥도널드 햄버거점에서는 쇠고기 대신 햄을 넣은 제품을 팔고 있다.

파리 교외에 사는 파스칼 라퐁텐(30)은 “광우병 감염 위험 때문에 햄버거나 피자는 쳐다보지도 않게 됐다”며 “햄버거 대신 카르푸 등 대형슈퍼마켓에서 파는 생선초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말고기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르 파리지앵지는 2일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말고기 소비량이 전년 동기대비 59%나 급증했다며 올 1월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말고기 수요가 지난 20년간 감소해온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수요 급증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축산업계 등에 미치는 파장〓광우병 신드롬은 축산업계나 외식산업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각국의 농업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은 버터 마가린 우유 요구르트 등 소에서 생산되는 식품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보도에 따라 아예 채식이나 생선 위주로 식단을 바꾸고 있다. 이 때문에 유기농법으로 길러 일반 제품보다 20∼30% 값이 비싸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던 바이오제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환경부와 농업부 장관이 해임된 독일에서는 도축장의 10%가 올해 중 문을 닫을 전망.

또 30개월 이상 된 소 40만 마리를 도살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쇠가죽이 귀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구두값이 치솟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정육점마저 해산물가게로 업종을 바꿨다.

최근 들어 유럽의 쇠고기 소비량은 평균 27%, 쇠고기 가격은 26.2% 떨어졌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감소로 프랑스 축산업계 종사자들은 일주일에 1400만달러, 이탈리아의 경우는 일주일에 680만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쇠고기 소비량이 70% 감소한 독일에서는 축산업계 종사자 4만명이 실직할 위험에 빠져있다.

▽광우병 대책과 비용〓EU회원국들은 7월1일부터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하고 200만마리로 추산되는 30개월 이상된 소를 도살하거나 광우병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동물성 사료는 매년 300만t으로 이미 생산된 제품을 폐기하는 데만 28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EU집행위는 광우병 때문에 내년 말까지 200억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여기에는 △축산농가의 소득손실 보전 △30개월 이상된 소 구입 및 도살비용 △광우병 검사비 △동물성 사료 폐기처분 △수출 중단에 따른 보상금 등이 포함된다. 관련 예산 가운데 70%는 집행위가 내고 30%는 회원국 정부가 부담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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