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부시 취임 1주일 일단 합격"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출발이 좋다. 20일 취임한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과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흑인을 적극 포용하면서 여야 모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지지했던 뉴욕타임스지는 28일 부시 대통령의 취임 후 활동이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가장 질서 있고 정치적으로 신속하게 정권이양을 관장했다는 데 공화 민주 양당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도 부시 대통령의 취임 1주일에 대한 평가에서 모두 합격점을 줬다.

▼친밀감으로 여야 지지 이끌어내▼

어렵게 당선된 탓에 당초 국정수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부시 대통령이 순조롭게 집무를 시작한 것은 호감을 주는 성격과 적극성 때문. 부시 대통령은 취임 첫 주에 모두 90명의 상하원 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들 중 3분의 1은 민주당 소속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의 어깨를 끌어안거나 등을 다독이는 등의 특유의 제스처로 친밀감을 표시했다. 또 상대를 부를 때 직함이나 ‘미스터’ 등의 호칭 없이 성(姓)만을 부르는 독특한 ‘남부 스타일’로 의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전임자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행사에서 의원들을 만날 때 1∼2시간 기다리게 하는 게 예사였던 것과는 달리 정확한 시간에 만나고 모두에게 발언기회를 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교육개혁 정책 민주당도 박수▼

부시 대통령은 또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큰 관심을 보여온 교육개혁 문제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제시해 민주당 의원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는 “부시 대통령이 썩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그가 매우 정력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부인 로라 여사와 함께 워싱턴의 한 흑인교회를 찾아 함께 율동에 맞춰 예배를 보는 등 선거 때 9대 1의 압도적인 비율로 고어 후보를 지지했던 흑인 껴안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의 낙태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들에 대한 보조를 중단함으로써 공화당의 보수주의자들도 안심시켰다.

▼경험 풍부한 참모들 역할 커▼

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능란하게 여야 양쪽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은 경험이 풍부한 참모들의 역할이 컸다. 핵심 참모인 칼 로브 백악관 고문 등은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직후의 행적을 면밀히 분석했으며 특히 성공사례로 꼽히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집권 초기 활동을 모델로 부시 대통령의 행보를 치밀하게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초기의 성공’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극단적 보수주의자인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 지명자의 상원인준과 낙태 문제 등을 놓고 공화당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공화당은 앞으로 있을 민주당과의 ‘싸움’을 각오하면서도 일단은 부시 대통령의 첫 행보가 좋게 평가되는 데 대해 흐뭇해하는 기색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부시 백악관 집무실 CEO 사무실과 비슷▼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오벌 하우스(백악관 집무실)도 크게 바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일 취임하자마자 클린턴이 사용하던 청색 바탕에 대통령 휘장이 새겨진 바닥깔개와 빨간색 줄무늬 소파를 퇴출시켰다. 클린턴이 사용한 실내 장식은 선홍색의 커튼과 팔걸이 의자 2개만 남아있는 셈.

그는 새로 꾸민 집무실에 가구를 줄이고 집기들을 무난한 검정 계열로 택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뉴욕타임스는 28일 보도했다.

오벌 하우스는 주인이 바뀔 때마다 새 대통령 취향에 맞춰 내부의 집기나 장식이 조금씩 변화해 왔다. 하지만 존 F 케네디 집권이후부터 상전벽해(桑田碧海)하듯 신임대통령의 스타일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

리처드 닉슨은 커튼과 소파를 금색 계열로 장식해 권위와 통제에 대한 집착을 은연중에 나타냈으며 로널드 레이건 때는 호두나무 목재로 바닥을 깔고 카우보이 조각 수집품을 진열해 서부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모교인 예일대의 상징색인 청색과 백색으로 집무실을 장식했다.뉴욕타임스는 “대통령들이 백악관 집무실 개보수 비용의 대부분을 개인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면서 “백악관 집무실에서부터 이익집단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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