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화포럼' 미국 주도 신경제 질타

  • 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49분


21세기 중국의 세계 경제전략을 논의하는 ‘세계화 포럼’이 중국 남부 해안휴양도시인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에서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인민일보가 주최하는 포럼은 올해가 두 번째. 니틴 데사이 유엔 사무부총장 등 10여개국에서 온 250명의 관료 학자 기업인들이 세계화와 정보기술(IT), 국제경제 신질서 등을 테마로 열띤 논의를 벌였다.

빠르면 올 상반기로 예상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중국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중국의 위치를 정립하자는 게 이번 포럼의 개최 의도였다.

포럼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장춘윈(姜春雲)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세계화 때문에 빈부의 격차, 양극분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발전도상국의 이익을 중시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신경제질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리선밍(李愼明)부원장은 “평등 공정 호혜의 세계화를 제창한다”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세계경제질서를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사이 유엔 사무부총장도 “세계화 추세 속에서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민주적인 운영”이라며 이에 동조했다.

참석자들은 중국의 발전전략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했다.

황야성(黃亞生)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경제발전의 키워드는 ‘민영화’에 있다”며 중국의 국유기업 중심전략에 비판을 가했다. 류궈광(劉國光) 전사회과학원 부원장은 “WTO 가입은 세계 기술발전과 산업구조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며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가 중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TO 가입에 따른 중국의 득실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창춘(長春) 제1자동차에서 온 패널리스트는 “중국 지방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가르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WTO 가입 후 국유기업의 도산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둥(山東)성에서 온 농업분야 관리는 “값싼 농산물이 밀어닥치면 농민들이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WTO 가입이 중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기업관계자는 “WTO 가입은 중국이 지난 20여년간의 개혁개방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경제분야에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자리”라며 “중국의 가입 자체가 세계 경제질서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야(중국하이난성)〓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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