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뱃길 다시 열리다…50년만에 직항로 재개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34분


중국과 대만 사이의 뱃길이 반세기 만에 이어졌다.

2일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쭈다오(馬祖島)를 출발한 여객선은 해협을 건너 중국 대륙의 푸젠(福建)성 샤먼(厦門)과 푸저우(福州)항에 각각 도착, 양안(兩岸)간 직항시대의 막을 올렸다.

중국 전통 용춤과 요란한 폭죽소리를 뒤로 하고 마쭈다오를 출발한 타이마(臺馬)호는 3시간 반의 항해 끝에 오전 11시경 푸저우의 마웨이(馬尾)항에 닻을 내렸다. 이 배에는 뱃사람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마쭈신을 모신 푸저우의 톈허우궁(天后宮)에 참배하려는 일반인 507명과 대만 관리, 20여명의 대만 취재진이 탔다. 마쭈다오 인근 섬 주민들은 그동안 마쭈신 참배를 위해 이번과 같은 ‘순례 직항’을 허용해줄 것을 줄곧 요청해 온 까닭에 앞으로 순례객을 실은 배가 직항노선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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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진먼다오를 떠난 대만여객선 타이우(太武)호와 우장(N江)호도 이날 정오경 샤먼항의 허핑부두에 무사히 입항했다. 타이우호에는 천수이자이 진먼현 현장 등 대륙방문단 190명이 승선, 샤먼시 당국의 큰 환영을 받았다. 샤먼의 최고봉 이름을 딴 200t급 대만선적 타이우호는 당초 새해 첫날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샤먼시 당국의 출항연기요청과 심한 풍랑으로 하루 뒤인 2일 출발했다.

이보다 조금 앞서 대만선적 하이안(海安)호가 진먼다오를 출발, 샤먼항에 이르렀으나 샤먼시 당국이 천수이자이 진먼현 현장을 실은 배가 먼저 도착하도록 하기 위해 입항을 허용하지 않아 회항했다. 하이안호는 8일 재출항한다. 4일과 7일에는 지에다 1호를 비롯한 여객선 7척이 직항길에 오른다. 현재 대륙직항을 신청한 대만 선박은 10개 해운회사, 15척에 이른다.

이번 직항노선 회복은 대만이 대륙을 공산정권에 넘긴 이후 반세기간 불허해온 ‘소3통’을 적극 추진하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성사됐다. 소3통은 대륙에 인접한 대만섬과 중국대륙 사이의 직접적인 통항, 상품거래, 우편물 교환을 뜻한다.

중국은 대만의 ‘소3통’ 허용방침에 대해 그동안 전면적인 직접교류인 ‘대3통’을 주장하며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다 지난해 12월 방향을 선회, 이를 환영하고 나섰다.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는 소3통 실현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29일 ‘대만지역과의 무역관리 방법’이라는 무역규정을 발표하는 등 직항시대에 대비해왔다.

대만 언론매체가 이날 직항로 재개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관영매체는 크게 보도하지 않았다. 또 중국 정부는 외신기자들이 대만 선박이 도착하는 항구에서 직접 취재하는 것도 막았다.

이번 소3통 실현에 대해 중국 대륙에 인접한 대만 섬이 대륙경제권에 편입돼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또한 그간 ‘하나의 중국’에 대한 견해차이로 중국정부와 외교관계가 경색돼 곤경에 처했던 대만 정부도 이번 직항로 재개를 계기로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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