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평화상 수상]베르게 노벨위원장 발표문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8시 3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동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기울인 평생의 노력,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으로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한 화해의 절차를 위해 상을 수여하는 것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김대통령의 인권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과는 별도로 수상 후보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국제 평화 노력의 역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노벨상위원회는 “해보려고 애쓰는 시도가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용기의 문제이다. 김대통령은 50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전선 너머로 협조의 손길을 뻗으려는 의지를 지녀왔다.

그의 의지는 개인적 정치적 용기이며, 유감스럽게도 다른 분쟁 지역에서는 너무 자주 결여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첫걸음이 가장 어렵다. 거대한 등정길의 마무리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만나게 되는 많은 동반자들에게 의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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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은 수십년 동안 권위주의 독재 체제와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을 했다. 그가 어디에서 그러한 힘을 찾을 수 있었는가. 그 자신의 대답은 “나는 내 스스로를 강도(독재)가 침입한 집의 주인같이 느꼈다. 내 가족과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안위는 접어 두고 맨손으로라도 침입자와 싸워야 했다”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의 얘기는 몇몇 다른 평화상 수상자, 특히 넬슨 만델라와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경험과 공통되는 점이 많다. 그리고 상을 받지는 않았지만 수상할 자격이 있었던 마하트마 간디의 경험과 함께 말이다. 김대통령의 역할은 동방정책 추진으로 노벨평화상을 탄 빌리 브란트에 비교될 수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전세계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러한 접촉이 아무리 제한되고 통제된다 하더라도 기쁨의 눈물은 판문점의 모든 방문자들이 절실히 느끼는 추위와 증오, 낙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세계는 햇볕정책이 한반도의 마지막 냉전 잔재를 녹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그 과정은 시작되었으며 오늘 상을 받는 김대통령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한 분은 없다.

<오슬로〓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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