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공포 확산 유럽은 떨고 있다…프랑스발 괴질 점검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44분


영국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문제되던 광우병 파동이 한 달이 넘도록 진정되지 않은 채 독일 스위스 등을 비롯해 동유럽 국가들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라마다 육류 소비량이 격감하고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가 잇따라 내려지면서 유럽 축산업계에는 도산 및 실업 공포가 퍼져가고 있다.

▽그칠 줄 모르는 발병 사례〓올해의 광우병 파동은 10월 프랑스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는 쇠고기를 유통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당국이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동물성 사료의 유통을 금지하는 등 일련의 조치로 일시 진정되는 듯했으나 최근 독일 포르투갈 등에서도 발병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 당국이 1996년 태어난 소에 대해 11월 22일 조사를 벌인 결과 사상 처음으로 소 한 마리가 광우병에 걸린 것을 확인해 독일 축산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영국 등지에서 수입된 소에서만 광우병이 발견됐었다.

포르투갈의 아조레스제도에서도 11월 24일 독일산 소가 광우병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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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1990년 이후 모두 467건의 광우병이 발생해 유럽 국가 중 최대 발병국이었으나 소 방목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아조레스제도만은 안전지대로 분류돼 왔었다.

스페인도 최근 광우병 사례가 처음 보고돼 11월 25일 광우병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 아일랜드 덴마크를 비롯해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이른바 베네룩스 3국에서도 광우병 발병 사례가 속속 보고됐다.

▽걷잡을 수 없는 광우병 공포〓광우병이 급속히 확산되자 그간 안전지대로 분류되던 동유럽 국가 등 일부 지역에도 ‘광우병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 국가는 흉흉한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터키 당국은 11월 29일 1996년 이후 광우병 전염지역으로부터의 육류 수입을 금지했다고 발표했으나 광우병의 최대 전염원으로 추정되는 동물성 사료가 수입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국민 사이에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라마단(금식월) 기간에 들어간 터키 국민은 저녁때면 즐겨 먹던 쇠고기를 피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쇠고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국가들도 11월 29일 서유럽산 쇠고기와 가공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크로아티아도 이날 같은 조치를 내렸다.

모로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도 최근 유럽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금수조치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육류 소비 격감과 유럽 축산업계의 위기〓유럽의 축산 전문가들은 광우병 파동이 확산되자 전 유럽시장에서 11월 말 현재 쇠고기 소비가 평년보다 6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일간지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독일에서 쇠고기뿐만 아니라 전체 육류 소비가 평년보다 70%나 감소했으며 학교 병원 등의 급식에서 쇠고기 메뉴가 자취를 감추었고 대형 식품매장의 육류 코너에는 찬바람이 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정은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등지에서도 마찬가지. 일부 국가에서는 농업장관과 농축산업계 대표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쇠고기를 시식하는 모습을 TV로 중계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의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은 광우병 파동이 장기화될 경우 축산농가, 도축업자, 육류 도소매업자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광우병 전파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동물성 사료의 유통과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릴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유럽 각국에서 10만명 이상의 사료업계 종사자들이 실직 위기에 처하게 됐다.

독일의 일간 디 벨트지는 독일에서만 동물성 사료업계 종사자 8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동물성 사료와 쇠고기의 재고 처리 비용만 계산해도 이미 수십억마르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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