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전후보상기금' 첫 설치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48분


중국인 400여명이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 아키타(秋田)현 하나오카(花岡)광산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못해 폭동을 일으켰다가 살해당한 사건을 둘러싼 보상 소송이 29일 법정 화해로 해결됐다.

당시 광산을 운영했던 건설회사인 가지마(鹿島)는 사건 피해자에 대해 보상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설치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이 전시중 강제 연행 피해자를 위해 보상 기금을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45년 6월 광산에서 일하던 중국인들은 장시간 노동과 학대, 차별에 견디다 못해 폭동을 일으켰다가 418명이 살해됐다. 당시 진압 책임자들은 전후 전범으로 기소돼 교수형 등을 선고받았다.

도쿄(東京)고등법원은 당시 중국인 생존자와 유족 등 11명이 가지마를 상대로 제기한 6000만엔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화해를 권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가지마는 1000여명에 이르는 하나오카 사건 피해자 전원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화해는 한국, 중국인 등을 강제 동원해 노동력을 착취했던 일본 기업이 피해자 전원을 대상으로 보상을 하는 것으로 현재 계류중인 다른 보상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오카사건의 중국인 생존자와 유족들은 가지마가 90년 사죄 성명을 냈지만 보상은 하지 않자 95년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패소하자 항소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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