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수하르토 단죄 무산…재판부 "부패혐의 없다" 기각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56분


대통령 재임 중 거액의 국고를 착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전대통령에 대한 단죄가 법원의 재판 중단 결정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수하르토 반대 세력은 이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여 치안 불안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은 28일 수하르토 전대통령에 대한 3차 공판에서 “법정에 출두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고의 건강이 악화돼 재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주심인 랄루 마리윤 재판장은 이날 수하르토 전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개정된 공판에서 의료진의 검진결과를 보고받은 뒤 1시간의 휴정을 거쳐 재판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5명의 재판부는 재판진행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수하르토에 대해 취해진 도시 연금조치를 즉각 해제할 것도 명령했다.

수하르토는 32년 집권기간 중 자선단체를 통해 국고 5억7100만달러(약 6380억원)를 빼돌려 착복한 혐의로 지난달 초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으나 건강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31일과 14일 열린 1, 2차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판담당 검사들은 “재판중단 결정을 수용할 수 없으며 조만간 상급법원에 항고할 계획”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날 재판중단 결정이 알려지자 분노한 시민들은 법정 경비를 맡고 있던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아 이들을 해산시켰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의사들이 거짓말하고 있다. 수하르토는 반드시 감옥에 넣어야 한다. 우리는 그가 구속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수하르토 시위대는 수하르토 지지세력을 태우고 법정으로 가던 버스 2대에 불을 지르고 승객들을 집단구타해 2명이 중상을 입고 시위대 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의료진은 이날 공판에서 2시간 동안 발표한 보고서에서 “23일 약 8시간 동안 수하르토의 신경과 정신 분야에 대해 검진한 결과 건강상태가 재판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쁘며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14일 2차 공판에서 수하르토의 법정 출석 가능성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측 의료진의 의견이 엇갈리자 의대 교수와 의사협회 인사 24명으로 별도의 의료팀을 구성해 검진을 실시하도록 지시했었다.

〈자카르타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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