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황청, 순교 성직자 시성싸고 갈등재연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49분


교황의 8월 중국 방문으로 바티칸 교황청과 중국정부 사이에 관계개선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중국에서 순교한 가톨릭교도에 대한 ‘시성(諡聖)’계획을 둘러싸고 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이 또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은 중국에서 선교활동 중 희생된 성직자 120명을 성인 반열에 올리는 시성식을 10월1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거행할 예정이다. 교황청이 잡은 시성식 날짜도 중국의 건국기념일과 겹쳐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성 대상자의 대부분이 제국주의 침략시기에 중국법을 어겨 처형당했거나 중국인을 괴롭혀 살해당한 인물들”이라며 “시성계획은 중―바티칸 관계개선 노력을 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 경고했다.

신화통신은 중국 관영 가톨릭교회의 성명을 인용, “이는 중국과 중국 가톨릭교회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공개모욕”이라고 성토했다. 이 성명은 또 “시성 대상자 중 일부는 악명 높은 인물로, 바티칸이 대만주교단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의 호아킨 나바로발스 대변인은 “중국측의 비난은 역사를 일방적으로 해석한 결과”라며 “시성식은 어떤 정치적 동기도 내포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중국 천주교회는 110교구 5000여개의 교회가 있으며 신도는 500만명으로 해마다 5만여명이 새로 세례를 받고 있다고 중국 천주교 애국회 푸톄산(傅鐵山) 주석은 밝혔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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