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폭스 일방적 승리…유권자 변화 택해

입력 2000-07-03 18:41수정 2009-09-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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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조국 멕시코를 모두가 꿈꿔왔던 가장 위대한 국가로 만들어 갑시다.”

3일 집권 제도혁명당(PRI)의 71년 통치를 종식시킨 국민행동당(PAN) 비센테 폭스 케사다 당선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퍼지자 멕시코시티 시내 당사에 몰려든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자녀들과 함께 발코니에 선 폭스 당선자는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내 생일인 오늘 생애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았다”고 말하자 군중은 “호이(HOY·오늘이라는 뜻)”를 쉬지 않고 외쳤다.

수많은 멕시코시티 시민들은 독립기념 상징물인 황금빛 천사탑 아래 모여 청색과 백색이 섞인 국민행동당 깃발을 흔들며 “우리는 해냈다”를 연호했다. 멕시코의 전통악단인 ‘마리아치’들도 멕시코 국가와 국민행동당 당가를 연주하며 흥을 돋웠다.

폭스의 일방적 승리는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기관들은 일제히 2∼3% 내외의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변화’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석, 투표율이 75%에 가깝게 올라가면서 폭스의 손쉬운 승리를 낳았다.

폭스의 승리에는 80년대부터 반복된 수차례의 경제위기와 정국 불안, 71년간의 1당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의 염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에서는 82년 대외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88년의 경제위기, 94년의 페소화 가치 폭락 등 6년주기로 경제위기가 반복됐고 94년에는 여당 대선후보가 암살되는 등 정치 사회불안까지 겹쳤다.

폭스가 과나후아토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야당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떠오른 것도 멕시코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편입된 첫해인 95년이었다.

그래서 폭스의 대선 공약은 철저하게 중산층을 겨냥한 경제개혁과 부패추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폭스는 각종 유세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대폭 확대해 고용을 창출, 실업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부패척결을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과거 정권의 실정을 과감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폭스 당선 축하집회에 참석한 유권자들은 하나같이 “신임 대통령이 부패하고 부정직한 정치인과 무능한 정치를 일소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외신들은 이같은 지지자들의 기대를 무기삼아 폭스 당선자가 강력한 개혁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주요 주지사 및 지방 선거에서도 국민행동당이 압승할 게 분명해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여대야소로 바뀌는 것도 폭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홍성철·이종훈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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