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립연구소 핵기밀 자료 또 분실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또 다시 핵기밀이 사라졌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지난해 12월 연구소에 근무하던 대만계 과학자 리원허(李文和)가 핵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지 6개월만인 이달초 중요 핵기밀을 담은 자료가 사라졌다고 12일 보도했다.

연구소 직원들은 “핵무기 관련부서인 ‘X부서’의 지하저장고내 컨테이너에 핵 기밀을 담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보관해 왔다”며 “산불이 잦아든 1일 점검하다 디스크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라진 디스크에는 만일의 핵사고와 테러리스트들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구성된 핵긴급조사팀(NEST)이 이용한 자료들이 들어있다. NEST는 특히 긴급상황에 대비해 디스크에 미국내 핵무기에 관한 모든 자료와 러시아의 핵무기에 관한 정보들을 보관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에너지부는 1일 분실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뒤 즉각 조사에 착수했으며 다음날인 2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에너지부와 FBI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근처까지 닥쳐왔던 산불에 대비해 직원들이 디스크를 다른 장소에 보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직원들을 면담조사하는 한편 컴퓨터와 금고 지하실 등을 조사해왔으나 아직 자료를 찾지 못했다. 존 브라운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소장은 “이번 핵기밀 분실사건은 극히 중대한 문제로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신속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에드 커런 에너지부 방첩국장은 “현 시점에서는 간첩이 이번 핵기밀 분실 사건에 관련됐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말했으나 FBI 등은 오랫동안 자료를 찾지 못한 점을 들어 스파이가 관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핵기밀을 컴퓨터로부터 다운받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리원허는 현재 구금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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