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美 "무슨 얘기하나?" 반응 민감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한미 간 공조에 다소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같은 기류는 한미 양국의 대북협상 주체가 북-미 고위급회담을 추진해온 미국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당사자인 한국정부로 급속히 바뀌면서 빚어지는 것.

우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대외적인 반응과 내부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회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지난달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를린선언’에 대한 한국측 사전통보가 늦었다는 점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측은 정부 고위인사에게 “왜 통보가 늦었느냐”고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미측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국정부의 대북 행보에 대한 의구심과 북한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차이 때문.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억제를 대북정책의 1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이 경제제재 완화 등 ‘당근’을 제공하면서까지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내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측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동의하면서도 남북 간 화해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국정부가 미국의 ‘세계 전략적 이해’보다는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개선에만 치중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제교류의 활성화로 북한경제에 ‘숨통’이 트일 경우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포기를 위해 미국이 구사하고 있는 다양한 대북 압박수단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측은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억제에 어떤식으로든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측에 전달할 것 같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문제에 관해 한일 양국과 긴밀히 협조하기를 기대한다”고 쐐기를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정부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남북 정상이 첫 대면한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북의 대량살상무기 억제문제를 어떻게 끄집어내느냐는 난제임이 분명하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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