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실종 韓人목사 북한으로 끌려간듯…中 "단서 잡아"

  • 입력 2000년 2월 2일 23시 39분


지난달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서 발생한 김동식목사(53) 실종사건을 수사중인 중국 공안당국은 김목사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다는 유력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옌지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2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함경북도보위부 공작원 2명이 지난해 12월 하순 중국으로 건너와 김목사 납치공작을 추진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입수됐다”며 “이에 따라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김목사는 지난달 16일 자신이 경영하는 옌지의 예림불고기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자 부부와 낯선 남자 1명 등 세 사람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김목사와 함께 식사한 탈북자 부부는 북한이 탈북을 가장해 침투시킨 공작원이었으며 △이들 부부 이외에 북한에서 파견된 2명의 공작원과 옌지에 상주하던 공작원 1명, 중국 조선족 협력자 등 모두 10명이 김목사를 납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또 김목사가 납치된 뒤 옌지에서 20km 가량 떨어진 룽징(龍井)시 노동국 건물 부근의 북한 공작원 아지트에 3일 동안 감금됐다가 19일 밤 쥐색 산타나 승용차로 산허진(三合鎭) 국경을 통해 북한 회령으로 끌려갔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김목사 납치에 가담한 조선족 협력자들의 소재와 범행에 사용된 쥐색 승용차의 목격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목사는 한국 국적을 가진 미국 영주권자로 1995년부터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일대에서 탈북자들의 난민지위 인정을 위한 유엔청원 서명운동을 벌였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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