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연례안보회의]화생방대책 집중논의

  • 입력 1999년 11월 23일 23시 35분


한국과 미국이 23일 개최한 제31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와 제21차 군사위원회회의(MCM)는 50여년간 계속된 동맹관계를 21세기에도 흔들림없이 유지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양국 군 수뇌부는 당초 한미 동맹관계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 앞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비무장지대 고엽제 살포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약간 당혹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양국은 동맹관계 유지에 장애물이 되는 사안을 덮어두거나 피할 게 아니라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처리키로 합의해 오히려 회의를 건설적으로 이끌었다.

양국 장관이 발표한 공동성명중 “노근리 사건의 조사과정이 포괄적이고 철저하며 투명성 있게, 그리고 가능한한 조속한 시일내에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이런 분위기를 말해준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동결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여전히 위협적이라며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천명했다는 점.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화생방 대응책이 집중 논의됐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했지만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합동참모본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신경작용제(VX) △사린독가스(GB) △질식작용제(CG) 등 16종의 화학무기를 2500여t 이상 보유하고 있다. 신경작용제의 경우 색깔과 냄새가 없으며 4∼10분만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효력도 3∼21일간 지속된다.

북한이 야포와 중단거리 미사일에 이런 생화학 무기를 실어서 공격하면 우리 군은 물론 민간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

이에 따라 북한이 생화학 공격을 감행하거나 사전징후가 포착되면 주요 시설을 곧바로 폭격하고 주한미군이 5월부터 시범운용중인 고정식 생물학적 탐지장비(포털 실드)를 곧 실전배치키로 한 것.

포털 실드는 공중살포된 세균을 5분 이내에 감지해 경보를 울리도록 한 뒤 현장에서 보낸 정보를 토대로 20분 이내에 세균 종류와 성분 및 대응책을 알려주는 장비이다. 한국군의 경우 올해 ‘화생방방호사령부’를 창설해 탐지장비와 개량형 방독면 구입 등 북한의 생화학 공격에 대비중이다.

차영구(車榮九·육군소장)국방부 정책기획국장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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