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지도자 伊피렌체서 '21세기 진보통치' 공방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9시 17분


주요 서방국 지도자들이 20,21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모여 ‘21세기의 진보적 통치’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미국 뉴욕대와 이탈리아 유럽대가 공동주최한 이번 ‘피렌체 회의’에서는 경제성장과 균등분배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외신이 전한 지도자들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제3의 길은 탁상공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만찬연설)〓새 세기에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가 필요하다. 세계 지도자들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세계인의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한다. 말라리아와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 국가도 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볼 때 사회주의적 이상과 시장경쟁의 가치를 아우르자는 ‘제3의 길’은 탁상공론(academic)에 가깝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미국은 20세기에 단일시장 단일통화의 이점을 살렸다. 미국은 고용창출에 성공하고 저인플레와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새 세기에 유럽은 경쟁력과 효율성을 경제성장으로 연결시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아울러 유럽은 수입과 기회의 공평한 분배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럽인들은 사회보장이 잘 된 사회에서 인생을 즐기려 하고 있다. 이것이 유럽식 사회주의다.

◆현대적 사회주의 역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총리(〃)〓새 세기에는 보다 인도주의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현대적 사회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으나 프랑스 사회당은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시장을 통제하며 복지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페르난두 카르도수 브라질대통령(〃)〓좌파와 우파가 섞이고 있지만 좌파의 모델은 명백히 존재한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제3의 길’과 조스팽 프랑스총리의 ‘신 사회주의’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국의 문화에 적합한 자기 나름의 길을 찾고 있을 뿐이다.

◆기회의 평등이 중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르 몽드지 회견)〓불평등이 없는 사회는 개인의 소멸을 가져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중요하다. 기회의 평등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 기회는 단 한번이 아니라 개인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주어져야 한다. 독일은 고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국가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을 통한 고용창출을 지향한다. 문화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에 반대하고 문화상품 생산지로서 유럽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프랑스 입장에 동의한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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