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리테레르誌 특집]정치철학 부활 "理性은 안죽었다"

  • 입력 1999년 11월 1일 20시 06분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라캉 등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있는 사이 한편에서는 또다른 질문이 제기된다.“그렇다면 ‘이성적 동물’이 아닌 인간들은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고 질서를 유지하는가?”

▼ 포스트모더니즘 부작용 비판 ▼

프랑스의 지성지 ‘마가진 리테레르’(Magazine Littraire)최근호는 ‘정치철학의 부활’이란 기획특집을마련했다.이 특집에서 파리4대학 알랭 르노와 파리2대학 필립 레노교수는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 사상가들을 비판하며 정치철학의 부활을 제창한다.

레노는 프랑스의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이 정치철학에 대한 보편적이고 초역사적인 관점을 무시하고 제한된 영역에서 협소하게 문제를 파악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정치철학은 현실 정치를 논하기 보다는 철학적으로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특집은 이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12명의 정치철학자를 소개했다. 근대성의 모델을 제안한 막스 베버, 전체주의를 공격하며 세계시민론을 제기한 한나 아렌트, 합리적 이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추구한 위르겐 하버마스. 또 장 폴 사르트르, 레오 스트라우스, 루이 알튀세르, 미셸 푸코, 클로드 르포르, 존 롤스, 폴 리쾨르, 마르셀 고셰, 앤서니 기든스.

르노와 레노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존 롤스는 이 시대에 가장 주목할 만한 정치철학자다. 그는 사적 소유의 보장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와평등을강조하는사회주의 사이에서 양자의 화해를 모색한다. 롤스는개인의자유를보장하되 가장 혜택을 적게 받는 사람의 상황이 호전되는 범위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허용되어야 한다는‘차등의원칙’을제안했다.

철저한 자유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로버트 노직,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은 사적 소유를 제한하는 이런 차등의 원칙을 비판한다. 하지만 르노와 레노는 오히려 롤스의 자유주의에 공동체주의를 보완함으로써 보다 바람직한 정치철학의 가능성을 찾는다.

▼ 자유-사회주의 화해 모색 ▼

이들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근대적 가치의 부정과 긍정이라는 대립적 경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 60, 70년대와 달리 80년대부터는 새로운 사회통합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이같은 움직임이 프랑스 사상계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뤽 페리와 함께 ‘정치철학’전3권을 펴낸 알랭 르노는 최근 총6권에 달하는 ‘정치철학의 역사’을 편집 발간했다.

하지만 고려대강사인 양운덕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이론적 보편성에만 주목하는 이들의 낙관론은 역사적 산물인 민주주의의 현실적 문제점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