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수상 공적]극초단위 화학반응 관찰 큰 기여

  • 입력 1999년 10월 13일 01시 16분


이집트인으로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흐메드 즈베일(캘리포니아공대교수·53)은 ‘펨토’화학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분석화학의 개척자. 88년 소금에 빛을 쪼여 분자가 실제 어떻게 쪼개지는지 마치 사진을 찍듯이 보여줌으로써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초고속 레이저를 이용해 수천조분의 1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분자가 빛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었다.

마치 TV에서 슬로비디오를 보여줄 때 초당 100장 정도의 많은 장면을 찍어서 정상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펨토란 10-15을 나타내는 단위.

노벨상위원회는 “그보다 더 빨리 화학반응을 관찰하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며 “우리는 처음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원자의 움직임을 ‘슬로모션’을 보듯이 관찰할 수 있었다”고 그의 업적을 평가했다.

이집트에서 태어나 알렉산드리아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획득하고 버클리대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당시 버클리대에서 박사후과정을 함께 거친 인하대 김상규교수는 “즈베일교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도록 함으로써 수많은 분자와 원자의 구조를 규명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즈베일교수는 평소 연구에 대한 욕심이 많고 대학원생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주창한 ‘펨토’화학이 화학계에서 널리 인정받아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단독수상은 뜻밖이라는 반응. 이집트에 과학분야의 노벨상을 처음 안겨준 그는 고국에서도 그의 얼굴을 실은 우표까지 발행됐을 만큼 국민적인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