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자에 친부모 정보 공개, 사생활 침해인가?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2분


입양자가 친부모를 찾는 것은 친부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일까.

최근 미국 테네시주 대법원이 ‘성년이 된 입양자가 요청할 경우 친부모에 관한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이 문제가 뜨거운 논쟁을 빚고 있다고 CBS방송 등 미국 언론매체들이 지난달 29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 판결은 현재 유사한 소송이 진행중인 오리건 등 미국 내 13개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인 중 입양된 사람은 600만명.

이번 논란은 어린 시절 입양된 한 여성이 가계(家系)의 병력(病歷)을 알기 위해 친부모에 대한 정보 공개를 주정부 관련부서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카프리스 이스트라는 이 여성은 정보공개 요청이 거부당하자 소송을 낸 것.

테네시주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친부모에 관한 정보공개를 금지한 현행법을 뒤엎고 ‘21세가 넘은 입양자는 친부모에 관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친부모의 사생활이 침해당할 가능성을 고려해 입양자에게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기 전에 한 장의 각서를 받고록 했다. 주정부가 친부모의 동의를 얻기 전에 입양자가 먼저 친부모에게 연락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다.

이에 대해 입양자들은 “친부모를 찾는 것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없다”며 각서를 제출하도록 한 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국입양협회의 빌 피어스회장은 “친부모의 동의없이 입양자가 연락할 경우 당사자는 가벼운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나 친부모는 가정이 파괴될 위협까지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입양아의 ‘알 권리’ 못지 않게 친부모의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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