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금고」 商銀 존폐기로…불황여파 채권부실

  • 입력 1999년 8월 17일 19시 19분


요즘 재일동포 사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한국계 신용조합(통칭 상은)들의 통합문제다. 상은 대부분의 경영위기를 타개하려면 군소 상은을 통합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상은은 재일 동포들이 정성껏 자금을 출자해 만든 민족금융기관. 재일동포사회의 구심점이자 중소기업자들에게는 든든한 금고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2년간 8개의 상은이 법정관리나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나머지 26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영상태가 불안하다.

상은 경영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일본의 장기불황. 특히 불량채권 급증이 상은에 치명상을 입혔다.

규모의 영세성과 족벌 경영, 정실대부 등도 문제다. 최근 파탄한 사이타마(埼玉)상은은 불량채권의 60%가 이사장이나 임원들에게 융자했던 돈이었다. 시즈오카(靜岡)상은의 부회장 등 3명은 담보없이 거액을 대출해 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상은의 모임인 재일한국인신용조합협회(한신협)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모든 상은을 6개의 블록으로 통합하기로 97년에 결의했다. 그러나 자기 상은이 흡수통합되는 것은 모두 반대했다. 지금까지 통합실적은 1건도 없다.

상은의 앞날은 더욱 어둡다. 일본정부가 부실은행의 예금보호기간을 2001년 3월말까지로 정했기 때문. 그 이전에 파산신청을 하거나 부실채권을 정리하지 않으면 영업을 계속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재일동포들은 모든 상은을 하나로 통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통합절차에 1년이 걸리므로 8개월 내에 통합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한신협은 지난달 23일 총회에서 연내에 모든 상은을 재편하거나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6개 블록안을 폐기함으로써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이희건(李熙健·관서흥은 회장)한신협 회장은 “상은이 없어지면 재일동포들은 부평초처럼 연약한 존재가 될 것”이라며 상은 경영자들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신용상(辛容祥)한국민단장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상은위기에 종지부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내 은행만은 없앨 수 없다’는 생각들이 강해 전망은 밝지 않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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