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대륙 中 혁명 물결]정부-軍-기업 개혁 열풍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중국이 가진 것은 인구뿐이라는 말이 있었다. 90년 덩샤오핑(鄧小平)은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혼란해지면 난민이 생길텐데 누가 막을 것인가. 태국에 1000만명, 인도네시아에 1억명, 홍콩에 50만명이 흘러들어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도 “중국이 12억 인구를 조용히 먹여 살리고 있는 것만해도 대단하다”고 곧잘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더 이상 인구대국만은 아니다. 개혁개방은 중국을 ‘미래의 대국’으로 만들고 있다. 현재 중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8위. 중국정부는 2010년에 경제규모가 지금의 2배로 커지고 2050년에는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이를 목표로 대대적인 개혁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는 기구 3분의 1을 축소했다. 지방정부들은 올해 공무원수를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국유기업 개혁에도 속도가 붙었다. 내년말까지 자립하지 못하는 국유기업은 가차없이 도산시킬 것이라는 주총리의 발언이 주효했을까. 국유기업들은 전체수지에서 올 상반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주총리는 국유기업도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이동통신을 독점했던 중국전신은 롄퉁(聯通)이라는 또다른 국유기업을 경쟁자로 맞았다. TV생산업체들이 치른 3년간의 가격전쟁을 통해 강자로 떠오른 창훙(長虹) 캉자(康佳) TCL 모두 국유기업이고 망한 회사들도 국유기업이다. 국유기업끼리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미래전략은 군(軍)개혁과 대외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군은 지난해부터 50만명 감군에 들어갔다. ‘세계전쟁은 없다’는 정세 인식이 깔려 있다. 전면전을 상정하고 각 군구별로 분산했던 지휘체계도 빠르게 중앙집중화하고 있다. 대만 티베트 신장(新疆)의 우발적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소수화 정예화하고 있다. 군의 경제활동 참여를 금지하고 방위산업체를 군 관할에서 중앙정부 산하로 바꿨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냉정하고 현실주의적이다. 현재의 세계질서를 ‘일초다강(一超多强·유일한 초강대국과 많은 강대국)’으로 파악, 초강대국 미국과의 대결을 피하고 있다. 5월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때도 장주석은 “우선 경제실력을 쌓자”며 국민의 분노를 경제건설로 돌렸다. 첸치천(錢其琛)부총리는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본이 미일 신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관련법을 통과시켰을 때도 중국정부는 비난성명을 냈을 뿐 대일관계 악화는 피했다. 이달초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에게 장주석은 “일본은 평화의 길을 걸을 때 번영했다”고만 말했다. 주총리는 “대만을 주변지역에 넣으면 안된다”고 주문하는데 그쳤다.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양청쉬(楊成緖)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중국에 가장 중요한 일은 나라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경제건설을 계속하는 것이다. 미국의 파워는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관은 중국의 국가전략이 마오쩌둥(毛澤東)의 16자(字)전법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적이 오면 물러나고, 적이 서면 교란하고, 적이 지치면 공격하고, 적이 물러나면 추격한다(敵進我退 敵駐我擾 敵疲我打 敵退我追).”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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