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값 끝없는 추락…美 1온스 260달러 20년만 최저수준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27분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공업품거래소의 금 선물(先物)가격은 9일 g당 995엔으로 하락, 82년 금이 상장된 뒤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시장에서 금값이 g당 1천엔 아래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금값이 가장 높았을 때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의 금 선물가격도 8일 온스(약 31g)당 260달러로 79년 이후 20년만에 최저수준을 경신했다.

금가격 폭락은 공급과잉이 두드러지기 때문. ‘금은 귀중한 자산’이라는 전통적인 인식이 엷어지면서 금도 수급상황에 따라 값이 좌우되는 보통상품과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됐다.

영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영국이 보유한 금의 60%에 해당하는 415t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도 금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보유한 금 가운데 150∼300t을 팔아 아프리카 등 채무국을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호주의 중앙은행은 90년대 중반이후 금을 대량으로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일본 마루베니(丸紅)사 시바타 아키오(柴田明夫)산업조사과장은 “유럽국가들은 금을 팔아 유럽연합(EU)통합의조건인재정적자해소에사용하거나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업제품에 사용된 금의 재활용이 늘어난 것도 공급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와 반도체 등에 사용된 금의 회수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90년의 1.7배인 900t의 금이 재활용됐다.

금 소비가 많았던 한국과 동남아에서는 경제위기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연간소비량의 곱절에 해당하는 금을 국제시장에 내놓았다.

현재세계 전체의금수요가연간 4000t인 상황에서 이런 공급과잉은 바로 가격폭락을 부르고 있다.

금값하락으로 세계 최대 금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채산이 맞지 않는 금광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반면 금매각대금이 달러나 미국주식매입에 쓰이면서 미국주가를 끌어올리는 한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제 ‘금값’이라는 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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