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국제평화회의]남북화해 첫걸음은 상호존중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38분


《크리스챤아카데미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와 한국방송공사가 후원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동북아시아 국제평화회의’가 20일 서울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시작됐다. 이 회의는 이틀 동안 계속된다. 첫날 회의에서는 김수환(金壽煥)추기경과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국대사, 량서우더(梁守德)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기조발제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평화협력 방안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발제자들의 발제내용 요지(레이니 전대사는 언론에 비보도를 요구).》

▽김추기경(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위한 모색)〓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은 남한주민들이 북한주민들과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 것인지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것은 구호일 뿐이다.

나는 남북관계의 원칙으로 ‘화해 협력 평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화해의 첫 걸음은 상호존중이다. 북한 체제가 우리와 다르고 억압적이더라도 그들을 인정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전쟁의 전사자는 1백만명 정도이나 최근 몇년 간 북한에서 굶어 죽은 동포는 몇백만명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이에 대해 남한사회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다면 역사는 우리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북지원이 북한이 우려하는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북한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기보다 남한사회에 대한 북한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를 기대한다. 또 통일문제나 한반도 평화문제는 정부당국이나 군사전문가, 기업만이 주체가 아니라 온 국민이 주체가 되는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사카모토 명예교수(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위한 모색)〓냉전의 수혜자인 일본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려면 우선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식량원조를 일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사찰 혹은 납치된 일본인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에만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은 윤리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

또 일본은 외교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지체없이 재개해야 한다. 이는 일본이 배상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상금은 북한이 억지가 아닌,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거액의 자본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남한과 긴밀히 협력하며 대북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일본과 미국은 남한의 이해관계에 우선권을 주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전향적인 ‘햇볕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한일 양국은 또 통일한국의 출현이 보다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할 수 있는 지역적 제도적 틀을 강화함으로써 양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량 원장(한반도평화를 위한 동북아의 새로운 협력)〓복잡성을 띠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공인된 국제법을 준수하고 각국의 외교정책을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기존의 전통적 안보관을 대체할 새 안보관을 조정하고 종합해야 한다.

일미(日美)군사동맹은 냉전의 산물이므로 냉전 종식 후에는 이를 약화시키거나 폐지해야 한다. 적어도 이를 강화해서는 안된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원칙 등 국제법을 지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쌍방협력과 다자간 협력을 결합해 각국의 이익이 최대한 일치되는 점을 찾아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는 협력이 가장 바람직하며 대화와 협조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군사동맹 강화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중국은 올해 주룽지(朱鎔基)총리의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남북한 및 아시아 국가들과의 선린우호관계 강화를 외교의 우선순위에 놓을 정도로 선린우호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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