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외무회담]終戰엔 공감…해법은 이견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3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나 발칸전쟁 해결방안을 논의했으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양측은 다만 “발칸사태는 정치적으로 타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양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코소보에 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코소보내 탄압행위 중지 △유고군의 코소보 철수 △난민귀환 △구호기관의 접근권 인정 등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몇가지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가장 시급한 사안인 공습중단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려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러시아는 먼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공습을 중단한 뒤 평화유지군 등에 대해 협상을 하자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유고가 먼저 평화안을 수용해야 공습을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특히 양측은 코소보에 주둔하게 될 평화유지군의 성격과 형식에 대해 날카롭게 대치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코소보에 NATO 주도의 평화유지군이 주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러시아군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이바노프 장관은 “NATO 대신 유엔평화유지군이 나서야 한다”며 “이 경우에도 유고정부가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질적인 사안에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자 양국 외무장관은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을 4시간 동안 진행하면서 각각 본국에 전화를 걸어 최고 지도층과 협의하는 등 애를 썼다.

올브라이트 장관과 이바노프 장관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회담 직후 항공기를 추가파견하기로 하는 등 “공습을 다음 단계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발칸전쟁을 위한 전비로 30억달러를 긴급지원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이고리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NATO군이 공습을 계속할 경우 “지중해에 흑해함대를 추가파견할 수도 있다”고 맞섰다.

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이 러시아―벨로루시―유고의 국가연합결성안을 논의하기 위해 14일 유고를 방문하는 것도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고를 설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국가이고, 미국은 NATO의 핵심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칸전쟁은 결국 두 나라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끝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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