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위기대처 한계』 힘얻는 「아세안」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15∼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 31회 동남아국가연합(ASEAN)회의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등 ASEAN의 위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아시아 경제위기 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등 기능이 위축되면서 그 대안으로 ASEAN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APEC 한계를 절감하면서 ‘아시아인의 모임’인 ASEAN에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이번 ASEAN회의의 핵심 주제는 ‘경제위기 해소방안’. 11월17∼18일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 때와 의제가 똑같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은 ASEAN 회원국이 아니지만 이번 회의에는 정상과 부주석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 ASEAN 9개 회원국과 함께 경제위기 해소방안 논의에 참여한다. 한국에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일본에선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 중국에선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이 참석할 예정.

APEC에서 미주와 대양주 등 미국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나라를 빼고 한달만에 같은 주제로 다시 회의를 여는 셈.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 특히 엔화통화권 구축과 아시아통화기금(AMF)창설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SEAN은 일본의 AMF구상에 대해 일관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한국도 최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일본에서 열린 한일각료회담에서 AMF창설을 제안하는 등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본의 구상은 달러화와 국제통화기금(IMF)을 무기로 태평양경제권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ASEAN 창설 30주년 기념으로 지난해 처음 열렸던 ‘9+3’회담(한국은 당시 고건총리가 참석)은 원래 3년쯤 뒤에 열릴 계획이었으나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1년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동남아는 우리나라에 3위의 교역시장, 1위의 무역흑자시장, 4위의 투자시장, 1위의 건설시장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전문가는 “ASEAN이 APEC와 경쟁하기에는 아직 세력이 미약하다”며 “그러나 APEC와 미국에 자극을 주고 경우에 따라 지역경제 블록의 ‘잠재적 대안’으로 기능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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