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들, 일자리찾아 美밀입국하다 혹서로 떼죽음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2분


목숨을 걸고 찾아가야 하는 ‘약속의 땅’. 행복과 풍요를 보장해주는 땅으로 인식하는 미국에 밀입국하다 숨지는 멕시코인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경제위기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한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더욱 가난해진 멕시코인들이 국경을 넘고 걸어서 미내륙지방으로 가다가 혹서를 견디지 못해 도중에서 숨지는 사례가 빈발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섭씨 38도를 웃도는 열파가 두달째 계속되고 있는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남서부 일대 사막지대에서 밀입국한 멕시코인 43명이 불볕더위로 숨진 채 발견돼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 이민국에 따르면 불법이민자들은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역 황야와 사막을 넘어 트럭 등을 타고 내륙지방으로 이동한다. 상당수는 차가 고장나 수백㎞를 무작정 걷다가 심한 탈수증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것. 시체는 뙤약볕에 그을리고 동물에 파먹힌 참혹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부녀자나 어린이도 끼어있으나 워낙 심하게 손상돼 신원파악이 힘들다.

멕시코의 가난한 농촌출신들인 이들을 안내하는 사람들은 ‘코요테’라는 별명이 붙은 밀입국 중개인들. 중개인들은 멕시코인들을 무사히 미국에 월경시켜주는 대가로 한명에 1천달러씩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4천달러선. 그러나 IMF체제가 계속되면서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자 “미국에만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빈농들 사이에 퍼져 비극의 씨앗이 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지난달부터 불법이민자의 중도 사망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까지 동원하는 등 합동단속을 강화했다. 이때문에 멕시코인들의 월경루트가 더 은밀하고 험준한 곳으로 변해 이번 혹서피해처럼 사망자가 오히려 늘고 있다.

위험루트 가운데 하나는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주 사이의 초콜릿산맥에 있는 미 해군 폭격시험장을 관통하는 것. 단속은 피할 수 있으나 폭탄에 맞을 위험이 큰데 올들어 이곳을 통과하다가 숨진 사람만도 20여명이나 됐다.

미국 접경지대의 멕시코 지방방송들은 “살려면 국경을 넘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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