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안貨태풍오나?/전망-대책-진단]「한국號」침몰 우려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19분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밀레니엄 공황을 불러올 것이다.”(미국 뉴욕타임스지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

그는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가 아시아 각국의 경쟁력저하→환율상승(평가절하) 경쟁→아시아위기의 심화→전세계 증권시장의 대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는 엔화 가치하락에 이어 위안화까지 평가절하할 경우 외환위기 극복은커녕 그대로 주저앉을 우려마저 있는 것으로 얘기된다. 제2의 외환위기가 촉발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위안화는 94년1월 달러당 5.8위안에서 8.7위안으로 일시에 평가절하된 뒤 지금까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94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엔화 환율하락(평가절상) △국제금리 하향안정세 △국제유가 하락 등 3저(低)현상에 힘입어 고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환경이 1백80도 달라졌다. 엔화 가치하락과 동남아 경제침체로 수출전선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데다 중국과 경합해야 할 수출품목이 크게 늘면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제 전반의 파장〓외환위기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경제의 체질은 약화될 대로 약화됐다. 자신있게 내다 팔 물건은 별로 없고 기업은 도산직전이며 금융기관의 부실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국제금융시장의 혼란과 아시아 각국 통화의 경쟁적 폭락을 부추겨 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특히 홍콩과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계기로 한국에 빌려준 채권의 만기연장을 중단, 상환을 요구할 경우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은 곧바로 도산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경제가 외부환경의 급변에 대응할 만한 내성(耐性)을 상실한 상태에서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그 충격은 치명적이라는 얘기.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韓相春)연구위원은 “위안화 평가절화로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하락하면 자산가치의 폭락을 촉발해 복합불합의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막 페달을 밟기 시작한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찬물을 끼얹고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 위기〓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1차적인 충격은 외환시장보다 주식시장에 먼저 미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폭락하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직접투자자금 유입이 부진해지면서 원화 환율상승(평가절하)으로 이어진다.

증시가 붕괴되면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통로가 봉쇄되면 가뜩이나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더욱 결정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또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특히 정부는 50조원의 구조조정기금 중 상당부분을 채권시장에서 소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증권시장 붕괴는 곧바로 구조조정 일정에 중대한 장애요인이 된다.

▼수출 강타〓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산 제품의 달러가격을 낮추고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제품의 위안화가격을 높인다. 따라서 외환위기로 인한 환율상승의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수출업체엔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국내 수입시장이나 제삼국시장에서 중국제품과 경합하는 품목이 가장 큰 문제다. 국내 의약품과 농약, 경공업제품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월등한 중국산 저가품은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한층 힘을 얻게돼 국내 경공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특히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전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본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중국산 제품보다 20∼30% 정도 값이 비싼 우리 제품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

㈜대우 관계자는 “우리 제품이 중국산보다 질적으로 좋다 해도 가격인하 압력에 시달려 결국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가 현실화되더라도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의 문이 금방 닫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홍정기(洪禎基)책임연구원은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제품 대부분이 화학 철강 등 원자재나 중간재이기 때문에 중국측이 단번에 수입을 줄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강운·박래정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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