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 흑염소」의 젖, 백혈병 치료제 신기원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33분


백혈병과 빈혈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의약품을 유전공학 기술로 국내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일 한국과학기술원 유욱준(兪昱濬·생물과학과)교수팀과 생명공학연구소 이철상(李喆祥) 이경광(李景廣)박사팀, 의약품제조 업체인 한미약품은 백혈병 치료제로 쓰이는 인체백혈구증식인자(G―CSF)를 젖으로 분비할 흑염소 ‘메디’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자연교배한 흑염소 수정란에 사람의 G―CSF유전자를 주입하고 이를 흑염소 대리모에게 이식시켜 형질전환동물 메디를 낳는데 성공했다(그림참조).

유전공학기술로 사람의 유전자를 보유한 형질전환 동물을 낳아 ‘살아있는 의약품공장’을 만든 것.

3월에 태어난 암컷 새끼 흑염소 메디는 1년 이내에 G―CSF가 포함된 젖을 다량 생산하게 된다. 현재 20여마리의 흑염소가 같은 방법으로 임신해 이중에서 메디의 동생도 곧 탄생할 전망이다.

G―CSF는 1g에 11억원이나 하는 비싼 의약품. 세계 시장규모가 12억달러(1조8천억원)에 달하며 국내시장도 1백50억원에 이른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본 미국에서 수입한 의약품을 쓰고 있는데 백혈병 환자가 한 번 주사(3백㎍)를 맞는데 34만원이나 한다.

유교수는 “흑염소의 젖에서 얻은 G―CSF가 사람의 것과 똑같고 생산원가가 1백분의 1에 불과하다”며 “메디 같은 흑염소 18마리만 있으면 세계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한미약품을 통해 2000년경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학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