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대한 긴급금융지원 협상에서 한국에 너무 무리한 압력을 가하는 실수를 범했을지도 모른다고 뉴욕 타임스지가 4일 지적했다. 다른 외국 언론과 금융전문가들도 IMF의 지원에 따라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맞았으나 부과된 조건들이 너무 엄격해 시련과 고통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기관들은 한국의 이행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뉴욕타임스는 4일자 사설을 통해 IMF의 실수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위기는 최근 태국과 95년 멕시코 경우처럼 심각한 재정적자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데도 IMF는 한국에 대해서도 똑같이 경제성장률 축소 및 이자율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IMF의 이같은 해법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성장을 지연시킨다』며 『IMF는 협상에서 한국정부에 마치 저성장 자체가 미덕인 것처럼 성장률 축소를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그러나 IMF의 협상조건이 단호하지만 올바른 것이라면 고등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있고 저축률과 투자율 또한 높은 한국은 곧 고도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합의에도 불구하고 뉴욕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보증한 산업은행채권의 수익률은 4일 지난주와 거의 비슷한 2백50BP(미 재무부 채권금리+2.5%)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계 주가도 코리아펀드만 약간 올랐을 뿐 한국전력 포항제철 SK텔레콤 등은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뉴욕소재 투자 자문회사 메릴린치는 『한국정부가 IMF와 합의한 조건들이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며 이에 따라 미국내 대한(對韓) 투자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언론들은 IMF의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 둔화와 실업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IMF의 지원조건은 수출주도의 고도성장 가도를 달려온 한국 경제에 있어서는 매우 가혹한 내용이지만 「한강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경제가 앞으로 급속한 성장둔화와 실업자 급증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도쿄〓이규민·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