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극복 지도자/세디요대통령]「깨끗한 선거」 정착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세디요는 순진하게도 과거 대통령들이 남용해오던 권력만 포기하면 국가를 지도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멕시코의 경제위기가 최악의 국면에 있었던 95년말 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紙)가 12월8일자에서 멕시코의 지도력 부재를 신랄하게 꼬집은 기사의 한 구절이다. 모니터지는 민주적 균형과 견제의 전통이 없는 독재국가에서는 세디요의 민주정치는 권력의 공백을 초래해 사회적 혼란과 반개혁적 세력의 득세를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멕시코에 민주주의는 사치라는 시각이었다. 사실 당시 세디요는 유약해보였다. 전기기술자의 아들로 출생배경도 중하층계급으로 상류출신의 과거 대통령들과 달랐고 집권당내 기반도 전무했다. 더 큰 문제는 국민도 그가 누군지 잘 몰랐다. 그는 예일대에서 멕시코의 외채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주로 경제기획부와 중앙은행에서 일한 경제엘리트였을 뿐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2년뒤 모니터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멕시코 국민은 그동안 한번도 주어지지 않던 공명정대한 선거가 실시되자 다양한 투표성향을 통해 일당독재의 멕시코를 다당제 민주국가로 만들었다. 세디요는 집권후 처음 치러진 95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2개의 주정부를 장악하는 등 약진하자 『자신들의 대표가 될 사람은 주민들이 제일 잘 아는 법』이라며 선거개혁을 더욱 채찍질했다. 지난 7월 총선거 역시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을 때 외국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의 집권당 패배로 이어지는 정치개혁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는 『나는 멕시코가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민주적으로 진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어왔고 그것이 선거를 통해 확인됐다』면서 『멕시코는 보다 완전한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의 통치스타일은 카리스마를 추구하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공정한 법의 제정과 집행이라는 법치(Rule Of Law)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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