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순수내각제 포기하나?…「대통령 권한강화」개헌 추진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3분


《지난 50년간 내각제를 운용해온 이탈리아가 최근 독일식 총리제와 프랑스식 대통령제를 혼합한 대통령제로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국불안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추락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탈리아 정파들이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와 정국불안과 정치권 및 관료들의 부패 속에서도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는 요인을 알아본다.》 지난 47년이후 순수내각제를 고수해온 이탈리아는 상징적 존재인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50년간 57번이나 내각이 바뀔 정도로 일상화되다시피한 정국불안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내각평균수명은 10개월에 불과하며 그때마다 다시 총선을 치러야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혐오에 가까울 정도다. 정국불안의 근본원인을 최근에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지난달말의 예산안 파동. 의석수 비율 5%에 불과한 재건공산당이 프로디 총리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의 대폭 수정을 요구하면서 집권연정에서 탈퇴할 뜻을 밝혀 내각이 거의 붕괴할 뻔했다. 개헌논의의 핵심은 정국불안의 근본원인인 군소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탈리아 특유의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2차대전에 패전한 이탈리아는 전후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던 공산당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의 주도로 군소정당이 위력을 발휘하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었다. 현재 의회에 하나의 의석이라도 가진 정당은 20개나 된다. 프로디 총리의 내각은 이중 8개 좌파정당들이 연합해 출범했다. 원내 제1당인 좌파민주연합(PDS)의 의석수비율은 21%, 제1야당인 포르자 이탈리아(FI)의 비율도 19%에 불과하다. 따라서 집권연정중 한 정당이라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 즉시 내각붕괴로 이어진다. 지난 94년 우파연정인 베를루스코니 총리 내각을 8개월만에 붕괴시킨 것도 소수에 불과한 극우파 북부리그당이었다. 이번 개헌논의의 핵심은 정국안정을 위해 선거제도를 대정당에 유리하도록 바꾸자는 것으로 원내 제1,2당인 PDS와 FI가 주도하고 있다. 상하원합동 정치제도 개혁위원회는 이미 지난8월 나름의 개헌안을 마련했으며 내년 상반기중 의회표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계획 아래 현재 정파간 협상을 계속중이다. 현재 공개된 개헌안은 좌파와 우파가 양측의 이해를 절충하는 독일식 총리제와 프랑스식 대통령제를 혼합한 정부형태를 표방하고 있다. 이 안은 지금까지 상징적 존재에 머물렀던 대통령은 의회해산권, 총리임면권, 외교 및 국방정책 최고위원회 의장, 법령선포권, 사면권 등을 갖게 되며 선출방식도 현재의 상하원 투표에서 국민직선제로 바뀐다. 임기는 6년에 재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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