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일본경제/최악의 금융위기]

  • 입력 1997년 11월 23일 19시 53분


《잇단 금융기관 도산과 증시침체, 내수부진에 따른불황등 일본경제에 「빨간 불」이켜졌다.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을 떠받쳐온 「호송선단식」 정부주도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흔들리는 일본 경제의 실상과 한국 등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긴급시리즈로 분석한다.》〈편집자〉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의 황금연휴를 맞고 있는 일본은 야마이치(山一)증권 도산이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면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언론도 야마이치 도산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금융빅뱅(금융대개혁)을 앞둔 일본 금융계가 유례없는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자신만만해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이같은 일본 사회의 반응은 엄살이 아니다. 4월의 닛산(日産)생명보험으로 시작된 「금융기관 도산 도미노 행진」은 이달 들어 산요(三洋)증권 홋카이도 다쿠쇼쿠(北海道拓殖)은행에 이어 야마이치증권으로 이어졌다. 그것도 단순한 도산이 아니라 「상장증권사 첫 도산」 「시중은행 첫 도산」 「전후 최대규모 도산」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붙는 대형 사태다. 해외지점 전면철수를 발표한 일본채권신용은행처럼 감량경영에 나선 금융기관은 부지기수다. 문제는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도산이 「금융위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올해 결산에서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와 보험업계 역시 경영난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상장 증권사는 시가가 2백엔도 안되는 주식이 전체의 6할에 달한다. 「도산 주가」로 불리는 1백엔 이하로 떨어진 금융주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일본 금융위기는 불량채권 누적과 증시침체에 기인한다. 80년대 후반 거품경기때 부동산을 담보로 실시한 대출이 거품경기 붕괴후 부동산 가격 폭락과 경기침체로 대출원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총액은 수십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이 올 한해동안 대손상각처리키로 한 불량채권 규모만도 5조4천억엔이다. 끝이 안 보이는 주식시장 침체는 일본 금융계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가뜩이나 불량채권이 많은 금융기관들은 주식 평가손이 발생하고 자금난을 벗어나기 위해 다시 보유주식을 내다팔아야 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총회꾼 스캔들」로 4대 증권사와 다이이치 간교(第一勸業)은행 등 「간판 금융기관」들이 모두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금융계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지난달 도쿄 증시에서는 미국계 증권사가 일본 대형 증권사를 제치고 거래액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일본 금융계는 간절히 「봄」을 기다리고 있지만 좀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아 절망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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