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정상회담/장쩌민 방미「숨은 목적」]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미국에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 바람이 불고 있다. 26일 하와이 호놀루루에 도착, 8일간의 방미(訪美) 일정에 들어가는 그는 벌써 미국인들의 마음을 반쯤 사로잡았다. 그의 애창곡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라는 사실이 무슨 귀중한 발견이나 되는 양 미국 신문지상을 누빈다. 미국인들은 79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방문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로데오 경기를 관람하는 덩에게 호감을 느꼈고 「공산주의는 곧 악마」라고 생각했던 인식을 바꾸었다. 덩이 체인 스모커라는 사실까지도 왠지 친숙감을 갖게 했다.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 어쩌면 그것이 장주석이 이번 방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큰 목적일지도 모른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20일 장쩌민의 방미 3대 목적을 이렇게 소개했다. 첫째, 미국인들의 뇌리에서 톈안문(天安門)사태의 기억을 지워버릴 것. 둘째, 중국이 강대국이라는 인정을 받아낼 것. 셋째, 야만적이고 약속을 안지키며 인권문제를 호도하는 중국이지만 「알고보면 부드럽다」는 인식을 심을 것.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근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중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장주석이 79년 덩샤오핑의 방미 기사철을 갖다놓고 밤을 새워가며 읽고 연구했다는 것이나, 중국 반체제인사들의 격렬한 시위가 예상되는 데도 하버드대 연설 일정을 포기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그가 방미를 목전에 두고 워싱턴 포스트지와 타임지를 굳이 상하이(上海)로 불러 기자회견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장주석은 방미중에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영어로 외우고, 차차차 춤을 추고, 루스벨트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존경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념적 정향이 약한 대신 「풍향계(기회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인물이어서 그런 역할이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