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차이나시대/고별식-회귀식]10만명 카운트다운

  • 입력 1997년 6월 30일 20시 17분


▼ 홍콩 英기지 ▼ 제국주의 시대의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그 동양의 불빛이 꺼졌다. 30일 오후 홍콩섬 동타마르 영국해군기지인 고별식장. 일몰시간에 맞춰 대영제국의 식민지 홍콩의 깃발과 영국기가 내려지면서 식민지배의 역사도 막을 내렸다. 찰스 왕세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그리고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 오후 6시15분. 현란한 용춤, 1백명의 드러머들과 70인조 오케스트라가 펼치는 장엄한 축하음악, 21발의 축포소리와 함께 하얀 제복에 금빛 로프 레이스를 단 찰스 왕세자가 고별식장으로 입장했다. 『영국이 이룩한 홍콩의 번영에 자부심을 갖고 이제 떠납니다. 그동안 영국과 홍콩정부에 보여준 호의와 믿음에 감사드립니다. 홍콩이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워지길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 총독의 짧은 고별사는 떨리는 음성으로 홍콩전역에 퍼져 나갔다. 오후 7시18분. 홍콩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한국전에도 참전해 용맹을 떨쳤던 블랙마치부대 의장대의 파이프 음악연주에 이어 찰스 왕세자가 올라와 홍콩을 중국에 되돌려주는 역사적 의미를 「황실의 언어」로 표현했다. 『영국과 중국이 합의한 일국양제와 법의 지배 원칙에 따라 홍콩이 보다 자유롭고 번영하는 곳이 될 것을 확신합니다』 이 내용 역시 홍콩에, 그리고 영국 BBC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전달됐다. 이어 밤 11시50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권반환식에서 찰스왕세자는 고별연설을 통해 제국주의의 유산을 청산하면서 홍콩반환을 전세계에 알렸다. 찰스왕세자는 9분여에 걸쳐 연설을 했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홍콩〓특별취재반〉 ▼ 천안문 광장 ▼ 『우(5), 쓰(4), 산(3), 얼(2), 이(1), 와…』 6월30일 밤 12시(현지시간). 북경(北京)천안문광장에 운집한 10만여명이 입을 모아 세는 카운트다운 소리가 드넓은 광장을 흔들었다. 이 함성에 이어 97개의 대형 북이 일제히 울리면서 수만발의 축포가 밤하늘을 현란하게 수놓았다. 영국 식민통치를 마감한 홍콩의 귀환과 서구 열강이 할퀸 치욕의 역사를 1백55년만에 씻는 역사적인 순간, 북경의 축제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반환순간의 카운트다운에 이어 0시15분. 광장에 설치된 3대의 대형TV를 통해 홍콩에서의 주권교체식을 지켜보던 10만여 관중은 오성홍기(五星紅旗)가 식장에 게양되는 순간 일제히 「의용군행진곡」을 합창했다. 『노예가 되기를 원치않는 사람들이여 일어나라…』 관중들은 감격에 몸을 떨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북경은 이날 홍콩회귀를 경축하는 각종 플래카드와 휘장, 애드벌룬과 꽃으로 뒤덮여 온통 축제무드였다.오후8시10분, 천안문을 중심으로 동서7㎞의 장안대로에 설치된 가로등과 홍등 조명등 각종의 전등장식에 일제히 불이 들어오면서 전시내는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뒤덮였다. 오후10시8분 천안문광장. 10만명의 각계대표가 운집한 가운데 「북경시 인민 홍콩조국회귀 영접 연환만회(聯歡晩會)」라고 명명된 대축제가 시작됐다. 오전 1시30분 董建華(동건화)홍콩행정장관의 취임식을 보면서 다시 한번 10만군중의 대합창이 천안문광장에 울려퍼졌다.오전 4시47분. 일출시간에 맞춰 광장 남쪽 국기게양대에 오성홍기가 올라가면서 천안문광장의 역사적인 홍콩회귀맞이 대축제는 막을 내렸다. 〈북경〓특별취재반〉 ▼ 영국표정 ▼ 영국 정부는 홍콩반환에 대해 공식논평을 삼가고 있으나 마거릿 대처 전총리, 로빈 쿡 외무장관 등 일부 인사들은 「동양의 진주」 홍콩을 넘겨야 하는 서운함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반환협정을 맺은 당사자인 대처 전총리는 29일 중국측의 협정 위반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결국은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극언을 했다. 대처는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중국이 홍콩의 선출직 입법회를 폐지하고 대신 1년 임기의 임명직 입법회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협정 위반이라면서 『중국과 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역사상 항상 독재에 시달려왔으며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다』며 『결국은 붕괴되고야 말 것』이라고 단언했다. 쿡 장관도 인민해방군 4천명이 홍콩시민들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자 업저버지 보도에 따르면 쿡장관은 『초기에 배치되는 병력규모에 유감을 느낀다』며 『그들의 장갑차가 홍콩의 거리에서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분위기는 주요 언론의 보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국언론들은 지난주부터 홍콩특집을 게재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지표정이나 역사 소개가 대부분이고 반환의 의미나 영국 국내 반응을 보여주는 기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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