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마케팅]일본은 무인판매 천국

  • 입력 1997년 6월 2일 08시 26분


일본 동경의 사무실 밀집지역인 지요다(千代田). 한 편의점에 들어서면 판매직원이 한 명도 없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15평 규모의 이 점포는 AMPM 저팬이라는 중견 업체가 운영하는 완벽한 「무인(無人) 편의점」.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청량음료와 커피는 물론 도시락 등 3백30종의 제품을 자동판매기를 통해 팔고 있다. 이 곳은 점심 시간이면 인근 사무실의 여직원들이 대거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소바 도시락과 음료수를 구입, 사무실로 돌아가던 20대 여성은 『제품 선택으로부터 요금 지불까지 2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판기를 통한 「무인판매 문화」가 어떤 나라보다도 발달한 일본. 하지만 최근의 추세를 보면 진출영역이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로보숍―24」라는 무인 편의점은 단순히 자판기가 아니라 로봇이 물건을 꺼내 손님에게 건네주는 타입. 무인 판매화 바람은 골프 및 보험업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효고(兵庫)현의 「태평양클럽 유마(有馬)코스」라는 골프장은 건물 입구에 3대의 체크인 컴퓨터를 설치, 직원 없이도 요금정산 등을 하고 있다. 이미 일본 각지 골프장 관계자들의 「필수 견학코스」로 부상했을 정도. 골프장 관계자는 『처음에는 손님들이 다소 어색해 했으나 익숙해지면서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니혼(日本)생명보험이 오사카(大阪)의 중심가 지하도에 보험업계 최초로 설치한 「니혼 라이프 로비」라는 12평 규모의 무인점포도 주목할 만 하다. 이 점포에는 보험상담용 통신단말기와 운세를 점쳐주는 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단말기를 두드리면 보험상품 내용이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다. 「무인화 바람」은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좁은 장소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 게다가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요즘 세태까지 겹쳐 일본 사회의 이런 경향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동경〓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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