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英선택/노동당 勝因-과제]사회보장 확대 숙제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영국 국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43세의 토니 블레어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겼다. 패기에 넘친 40대 기수 블레어는 영국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대영제국」의 영예를 되찾게 할 것인가. 그가 압승을 거둔 배경과 앞으로의 과제를 시리즈로 엮는다.》 이번 영국총선결과는 한마디로 「노동당 압승, 보수당 참패, 제2야당 자유민주당 약진」으로 요약된다. 노동당의 압승은 당초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과거 보수당을 지지했던 중산층이 대거 노동당으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거공약만을 놓고 본다면 노동당이 압승을 거둘만한 대목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국내문제에 있어 보수당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유럽문제나 헌법개정 등의 공약은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있었다. 더구나 보수당이 18년간 장기집권을 했다고는 하지만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했고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노동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도 다수의 영국국민들은 노동당을 선택했다. 젊고 참신한 토니 블레어당수의 개인적인 인기와 그의 주도로 새롭게 변한 노동당에 대한 기대, 보수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21세기를 준비하려는 젊고 참신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았다. 특히 노동당은 자체 개혁을 통해 노조와 사회주의노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했다. 또 세금, 기업의 민영화, 시장경제보장 등에 있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수화를 가미, 「신노동당」으로 탈바꿈한 것도 승인이었다고 분석된다. 대처리즘의 계승자로 자처한 존 메이저 전총리는 보수우파와 보수좌파 사이에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패배를 불렀다. 그는 또 각료급 인사들의 계속된 스캔들과 유럽통합과 관련한 논란이 벌어질 때 매끄럽게 대응하지 못해 국민의 신망을 잃었다. 보수당의 참패는 또한 비슷한 성향을 띠고 있는 자민당의 약진 때문이기도 하다. 깨끗한 이미지의 패디 애시다운당수가 이끄는 자민당은 보수개혁을 지향, 보수당쪽으로 쏠릴 수 있는 일부 중산층과 지식인들을 자신들 편으로 대거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영국인들은 블레어정부에 무엇보다 교육과 보건서비스, 사회보장을 한 단계 높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유럽통합에 대한 적절한 대처로 영국의 위상을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블레어정권은 이같은 국민적 희망을 충족시키면서 21세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런던〓이진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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