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화폐통합]성사땐 세계 기축통화로 등장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파리〓김상영특파원] 「중앙은행을 독립시킬 것이냐 말것이냐」. 우리나라 재경원과 한국은행의 해묵은 싸움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99년 1월로 예정된 유럽화폐통합을 앞두고 통합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요즘 벌이고 있는 줄다리기의 내용이다. 갈등의 핵심엔 바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이가 놓여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 독립논쟁과 놀라우리만큼 흡사하다. 지금까지의 통합과정에서 회원국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몇 나라가 첫해부터 단일화폐체제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화폐통합은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중 올해 경제성적표가 통합기준(재정적자 국가채무 물가 이자율 등)을 충족하는 국가들에 한해 99년 참여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일단 통합되면 그동안 상당부분 진척된 유럽의 경제통합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단일화폐 「유로」 역시 국제시장에서 달러화에 이어 제2의 기축통화로 등장하게 된다. 화폐통합은 궁극적으로 「유럽합중국」이라는 정치통합으로 가는 최대의 고비를 넘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예상으로는 독일 프랑스 및 오스트리아 베넬룩스3국 아일랜드 핀란드 등이 1차 가입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대여론이 심한 영국은 아직 유동적이다. 그러나 통합일정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거의 무시했던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 회원국들의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지위문제는 이같은 기술적인 난제 중 최고의 난제로 볼 수 있다. 호르스트 지베르트 독일 국제경제연구소장은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이처럼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공감대 없이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할 정도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