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되찾은「제2의 성덕바우만」파머, 美중학의 최우등생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제2의 성덕 바우만」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파머는 본명이 「안광태」로 생후 6개월되던 지난 85년 서울의 한 사회복지단체를 통해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사실이 밝혀졌다. 파머의 양어머니는 미국남성과 국제결혼한 한국인 민지숙씨(44)며 파머의 골수이식수술을 맡게 될 에모리대병원의 담당의사 역시 한국인인 김태형박사다. 그동안 미국내에서 같은 유전자형의 골수를 가진 기증자를 찾아내지 못해 사경을 헤매 온 파머와 그의 가족들은 5일 대한적십자사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전남 순천출신의 한 20대 여성」을 찾아냈으며 오는 13일 이 여성에게서 골수를 채취, 미국 에모리대 병원까지 공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에모리대 병원측은 현재 수술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고 있다. 남은 일은 서울에 가 골수를 가져오는 일. 병원의 베테랑 간호사인 타라 타네스키가 이를 위해 10일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다. 담당의 김박사는 골수가 도착하는대로 즉시 수술에 들어 갈 예정이라며 완치를 자신하고 있다. 파머의 어머니 민씨는 5일 『뭐라고 고마운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민씨는 20세 때 지금의 남편 데이비드 파머(46·에모리 재향군인병원 연구원·유전공학박사)를 만나 결혼했다. 남편과 연애를 할 때부터 민씨는 자신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더라도 한국아이를 하나 입양해 키우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래서 남편과 의논한 끝내 지난 85년 6월 서울에서 「안광태」라는 이름의 생후 6개월된 사내아이를 입양해 데이비드 파머라는 이름으로 키워왔다. 파머는 학교성적도 최상위권이었고 피아노 풀루트연주도 잘했다. 지난해 5월 백혈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그는 애틀란타 로스트마운틴 중학교(1학년) 최우수학생이었다. 담임 애킨스는 『파머는 우리 반을 대표하는 수학의 귀재』라고 말했다. 파머의 백혈병 소식이 알려지자 미주(美洲)지역 동남부 한인연합회는 지난 8개월 동안 「데이비드 살리기 운동」을 펼쳤고, 파머와 같은 혈액유전자형의 골수를 찾아내기 위해 야유회 때면 참석한 한인들을 상대로 혈액검사를 벌이기도 했다. 파머의 꿈은 아버지 처럼 유전공학자가 돼 암치료제를 발견하는 것. 파머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혹시 생모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어머니 민씨는 『생모가 나타난다면 기꺼이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머는 『지금의 부모님을 사랑하며 결코 헤어지지 않겠다』고 했다고 민씨는 전했다. 〈워싱턴〓李載昊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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