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당 결핵 132명…정부, 고령 저소득층 ‘안심치료’ 돕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2일 18시 25분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음압치료실. 질병청 제공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음압치료실. 질병청 제공
폐지 줍는 일을 하는 기초생활수급자 김주혁(가명·69)씨는 어지럼증으로 국립중앙의료원에 내원했다가 폐결핵이 발견돼 2주간 입원했다. 퇴원하는 날 외래 치료를 받으러 오라는 말과 함께 건네받은 영수증에는 ‘식대 3만1630원’이 적혀 있었다. 결핵 산정 특례 덕분에 치료는 무상으로 받지만 식대는 본인 부담해야 한다. 김 씨에게는 이 돈도, 앞으로 치료에서 발생할 돈도 부담이었다. 의료원은 돈이 없어 치료받기를 망설이는 김 씨를 ‘결핵 안심벨트’ 사업과 연계해 치료비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11일 방문한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는 김 씨처럼 결핵 안심벨트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게 된 환자 2명이 입원해 있었다. 의료원 관계자는 “외래 본인부담금 1030원이 부담스러워 내원을 중단한 환자도 있다”라며 “결핵 치료를 지속하려면 취약계층 환자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결핵 발생률, OECD 국가 중 두번째

2024년 국내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콜롬비아 다음으로 높았다. 2024년 결핵 환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이 58.7%였고, 11.3%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였다. 외국인도 6.0%였다. 특히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인구 10만명당 결핵환자는 132.4명으로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30.5명)의 4.3배에 달했다.

결핵 안심벨트 사업은 이런 취약계층 결핵환자 지원을 위해 2014년 시작됐다. 의료급여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건강보험 무자격자, 건강보험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인 결핵 환자에게 치료비와 간병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결핵안심벨트 사업을 통해 지원한 결핵환자는 총 1541명(중복 포함)이다. 지원 항목은 치료비(206명), 간병인(276명), 영양간식(780명) 등이다.

기저질환 등이 있는 결핵 환자는 다른 질환으로 전원을 하려 해도 적정 의료기관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서해숙 서울시 서북병원 진료부장은 “결핵환자 중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를 앓는 환자는 복약과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며 “정신과 의사가 폐쇄된 음압병동에서 진료를 보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업 참여 병원 20곳 중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확인해 연계하고 있다.

●예산 4년째 동결…민간 의료기관 참여 절실

사각지대를 더 줄이려면 민간 병원의 전원 협력이 절실하다. 현재 결핵 안심벨트 참여 병원 외 환자 전원에 협력하는 병원은 3곳 뿐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고난도의 시술이나 장비가 필요한 환자는 결핵 안심벨트 참여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사 개개인에게 연락해 상급병원으로 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도 부족하다. 올해 결핵 안심벨트 사업 예산은 16억5000만 원으로 2023년 이후 4년째 동결 상태다.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3년간은 예산이 모자라 다음 해 예산을 끌어와서 쓰기도 했다”며 “결핵은 전염되기 때문에 치료를 방치하면 다른 사람에게 위해가 된다.결핵 안심벨트는 취약계층뿐 아니라 공중 보건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기관당 약 1억 원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예상 사업 대상자 2237명 가운데 치료비 지원을 받은 취약계층은 206명으로 9.2%에 그쳤다”며 “치료비 지원 대상이 최소 500명까지는 확대될 수 있도록 사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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