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조사위 3일 명일동 땅꺼짐 사고 조사 결과 발표
땅꺼짐 지점서 약 28m에 세종-포천 고속도로 터널
지하수위 내려간 상태에서 노후 하수관 새면서 지반 약해져
설계하중 초과하는 외력 작용으로 터널붕괴·땅꺼짐 발생
국토부, 터널공사 지반 조사 기준 강화 등 제도개선안 마련
ⓒ뉴시스
지난 3월 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땅꺼짐 사고는 서울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2021년 12월 착공) 이전인 과거 세종-포천 고속도로 13공구 터널공사(2017년 4월 착공)로 인한 지하수위 저하와 노후 하수관의 장기적 누수가 맞물리며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터널공사로 지하수위가 내려간 상태에서 노후 하수관까지 새면서 지반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설계 하중을 초과하는 외력이 작용해 터널 붕괴와 땅 꺼짐이 발생했다는 게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 결론이다.
국토교통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박인준 교수·사조위)는 3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명일동 땅꺼짐 사고 조사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조위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의 발주청·시공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민간 전문가 12명을 꾸려 ▲현장 조사(시료 채취·시추조사·지하시설물 조사) ▲품질 시험(숏크리트 두께·초기강도 시험, 강관보강 그라우팅 시험시공) ▲관계자 청문 ▲위원 간 교차 검토 등 총 26차례의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확도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드론 기반 3D 지질 모델링과 수치해석을 통한 터널 안정성 검토도 병행해 다양한 붕괴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설계·시공 단계에서 파악되지 못했던 심층 풍화대 불연속면에서 지하수위가 크게 낮아진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하수관 누수로 약해진 지반에 터널 구조물이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외력이 가해지며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됐다. ‘심층 풍화대 불연속면’은 지하 깊은 풍화암 내 균열·단층 등이 집중된 파쇄대로, 구조적 취약성을 높이는 지질적 특징이다.
특히 사조위는 현장조사와 드론 분석을 통해 복수의 불연속면을 확인했으며, 그중 세 개 불연속면이 교차하면서 형성된 ‘쐐기형 블록’이 붕괴의 결정적 기점이 된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한 사고 지역은 과거 세종-포천 고속도로 13공구 터널공사로 지하수위가 크게 낮아져 지반 응력 분포가 변화한 데다, 주변 노후 하수관의 오랜 기간 누수가 이어지면서 지반 연약화가 가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지하시설물 관리자가 2022년에 실시한 하수관 실태조사에서 균열과 이음부 단차가 확인됐음에도 적절한 보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리 부실도 명확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사조위는 아울러 시공 중 굴진면 측면전개도 작성의무 미준수 1건, 지반 보강재 주입공사 시방서 작성 미흡 1건 등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조위는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설계·시공 관리강화를 위해 지반조사 간격 축소 ▲1일 굴진속도와 굴진량을 시공계획서에 반영하도록 하고 ▲지하수위 관리강화를 위해 지하수위 저하 관련 조치요령 개선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 비배수터널(TBM 등) 시공을 권고했다.
TBM(Tunnel Boring Machine) 장비를 이용해 굴진면을 토압·수압으로 밀폐해 지하수나 토사의 유출을 방지하고, 지반굴착과 동시에 터널을 완성해 나가는 공법이다.
박인준 사조위원장은 “땅꺼짐 발생 지점에서 약 28m 떨어진 곳에 세종-포천 고속도로 터널이 있었다”며 “이 터널 공사와 연관성을 검토해 보니 해당 터널 공사로 인해 인접 사고 현장의 지하 수위가 26m까지 급격히 낮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땅꺼짐 사고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사조위는 지하시설물 관리강화를 위해 지반탐사 강화, 굴착공사 인근 노후하수관 교체, 터널 내 지하수 성분 조사 및 관련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터널안정성 강화를 위해 도심지 내 심층풍화대 구간 3열 중첩 강관보강 그라우팅공법 적용, 굴진면 평가체계 강화 등을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해 12월 중 국토교통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계기관의 신속한 제도 정비와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사조위의 사고 조사 결과 제안을 통해 내부검토 및 관계기관의 의견 등을 종합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우선 ‘지반조사 설계기준(KDS)’개정을 통해, 도심지 비개착 터널공사 지반조사 기준을 신설하고,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 터널 공사 시 지반조사 간격을 50m 이내로 권고하는 등 기존 터널공사 관련 지반조사 기준을 강화한다.
정부는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를 예방하기 위해 누적 수위저하량 관련 조치요령을 현재보다 세분화해 ‘지하안전평가서 표준매뉴얼’을 개정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굴착공사 과정에서 지반탐사 시기를 구체화해 지하시설물 점검의 실효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지하개발사업자는 공사장 인근 지하시설물에 대해 굴착 전 및 되메움 후 3개월 이내에 지반탐사를 실시하도록 ‘지하안전평가서 표준매뉴얼에 명확히 규정하고, 지하시설물관리자는 지반침하 위험도에 따라 소관 지하시설물 인근의 지반탐사 주기를 단축해 실시하도록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명일동 땅 꺼짐 사고 현장과 같이 도심지 심층 풍화대 터널 시공 시 상부의 상하수관 등 지하 시설물이 존재하는 경우 강화된 그라우팅 공법 적용을 권고하고 굴집면 평가 체계 강화 방안 마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조의 조사 결과를 경찰, 관계 부처, 지자체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해 행정 처분 수사 등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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