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다카이치 발언 레드라인 넘어”
3國회의 불투명, 韓외교까지 영향
日방위상은 대만 인근 기지 시찰
다카이치 ‘외교 우위 옷’ 글 또 논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21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며 중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발동해 개입’ 발언에 따른 중일 갈등 심화가 한국 외교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22일 교도통신 등은 일본 정부가 내년 1월 자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최근 한국과 중국 정부에 타진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 중일 갈등 장기화로 외교 행사에 차질 빚어져
이날 교도통신은 중국이 일본이 아닌 관계국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회의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방일이 예상돼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일본은 내년 2월 이후로 시기를 옮겨 한중일 정상회의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 중이지만 내년 1월 이후에는 정상회의 개최가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월에는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있고, 3월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가 열려 일정 조율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처음 열렸고, 이후 매년 일본-중국-한국 순서로 개최하는 게 원칙이다. 지난해 5월엔 서울에서 열려 차기 회의는 일본에서 열릴 차례다. 다만, 한중일 정상회의는 과거에도 외교 문제 등으로 갈등 국면이 펼쳐지며 회의 개최가 무산된 적이 있다. 특히 2012년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국유화 때도 중일 관계가 얼어붙어 한중일 정상회의는 3년 6개월간 중단됐다.
중국은 24일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도 연기했다.
● 中 “레드라인 넘었다” vs 日, “영국과 군사 협력 논의”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뒤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 다양한 보복 조치를 취해 온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 규탄을 이어갔다. 2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중국매체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발신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건드려선 안 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일본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1일 푸충(傅聪) 주유엔 중국대표부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이 감히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상황에 무력 개입을 시도한다면 중국은 자위권을 단호히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압박에도 버티는 모양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22∼23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영국 항모의 일본 기항과 전투기 공동 개발 등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은 23일 대만과 가까운 요나구니섬 육상자위대 주둔지를 시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중국과의 대립 속에서 군사적 대비를 강조했다는 평가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남아공으로 향하던 중 “얕보이지 않고 외교 교섭에서 마운트(우위)를 취할 수 있는 옷을 고르는 데 몇 시간을 썼다”는 글을 소셜미디어 X에 올렸다. 일본 야권에선 총리가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전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옷’ 같은 표현을 쓴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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