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살리는 관광벤처] 〈3·끝〉 관광 스타트업 기지개
제천, 외국인들 경험 ‘힐링 여행’
안동선 전통주 팝업스토어 열어
봉화, 농가체험-숲속 다이닝 진행
스타트업 ‘굿메이트트래블’의 지역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충북 제천 청풍호를 배경으로 남긴 기념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달 초 충북 제천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케이블카 정상.
한국 여행 첫날을 맞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을빛으로 물든 호수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들은 제천 내토전통시장과 카페를 둘러본 뒤, 해가 질 무렵 글램핑장으로 이동했다. 시장에서 손수 고른 재료로 자연 속에서 바비큐를 하고, 모닥불 앞에서 별을 올려다보는 낭만도 즐겼다. 한 참가자는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를 빼면 외국인을 위한 투어가 드문데, 이번 여행은 세심하게 기획된 일정과 정성 가득한 현지 음식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 여행 코스는 관광 스타트업 ‘굿메이트트래블’이 운영하는 4박 5일 프로그램 ‘서울 그 이상의 한국(Korea is more than Seoul)’의 첫 일정이었다. 제천을 시작으로 경주, 울산, 통영 등 여러 지역을 방문해 서울 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도록 짜였다.
굿메이트트래블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BETTER里(배터리)’ 사업을 통해 제천에서 ‘관광택시 연계 웰니스 투어’를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 약 100명을 유치했다. 올해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장기 체류형 상품으로 확장했다. 내년엔 한국어 교육과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게 목표. 최재효 굿메이트트래블 대표는 “외국인 여행자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의 삶을 경험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은 인구 감소 지역에 관광 스타트업을 유치해 지역 관광을 강화하고, 생활 인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제천과 충북 단양, 경북 안동, 봉화 등 4개 지역에서 16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지원 2년 차를 맞은 이들 기업은 올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보다 발전적인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이공이공’이 ‘한국 전통주의 수도, 안동’을 콘셉트로 선보인 전통주 팝업 스토어. 한국관광공사 제공경북 안동에선 스타트업 ‘이공이공’이 ‘한국 전통주의 수도, 안동’을 콘셉트로 ‘전통주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다. 팝업 스토어는 올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열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전통주 120여 종을 선보였는데, 관광객 300여 명이 방문했다. ‘토크 살롱’과 전통 공연, 페어링존을 결합해 전통주를 문화 콘텐츠로 확장시켰다는 평. 이공이공의 김태욱 대표는 “이번 팝업 스토어로 지역 양조장, 셀러,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로컬 플랫폼이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도 관광객이 안동에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의 문화 모델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봉화의 ‘내일의 식탁’은 사업 2년 차를 맞아 군이 사업 대상으로 발굴한 사례다. 이들은 지난달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다이닝 프로그램을 포함한 ‘봉화 슬로우 위크’를 운영했다. 5일간의 농가 체험과 숲속 다이닝, 양조장 투어 등을 진행했는데, 수도권에서 관련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과 발효 전문가 40여 명이 방문해 교류하기도 했다.
이영근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지원실장은 “배터리 사업 1년 차에 성공한 벤처회사가 이듬해 사업을 확장하고, 지자체가 필요한 새로운 기업을 스스로 발굴하며 자생적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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